염홍철(廉弘喆) 대전시장이 엊그제 시의회에서 대전시내에 더 이상 대형 할인매장 건립을 허용치 않을 방침을 밝힌 것은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현재 대전에는 이름 있는 대형 할인매장은 빠짐없이 들어와 있는 상태로, 그야말로 대형매장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어떤 할인점은 둔산에 매장을 두는가 했더니 구도심권을 넘나들 정도로 성업 중이다.

대형 할인매장이 소비자에게 상품을 비교적 싼값에 제공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심에 위치함으로써 교통체증을 유발시키고 또한 지역자본의 역외 유출과 재래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역기능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염 시장의 언급은 긍정적인 일면이 없지 않지만, 대전은 이미 할인점 수요가 충족될 대로 충족돼 있는 상태여서 그것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는 의문이다.

대전시의 원도심의 기능은 여느 대도시의 경우처럼 역(驛)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대전역 주변 인동과 원동 일대에 상권이 형성되고 현재의 중앙로 주변에 도시기능이 집중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지난 70년대 초반부터 도시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상권을 비롯한 업무기능이 점차 서진(西進)현상을 빚기 시작했다. 대전에서 가장 붐비는 골목도 대전천 건너편에서 은행동쪽으로 옮겨가는가 했더니 둔산 신시가지의 건설로 구도심의 공동화현상이 가속화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과정에서 동구지역의 전통적인 재래시장은 기력을 잃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 몇년 새 대형 할인매장이 속속 개장하면서 재래시장은 쇠퇴 일로의 기로에 섰다. 재래시장이 살아야 구도심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염 시장이 대형 할인매장 억제시책을 밝힌 것은 그런 대로 이해할 만하다.

구도심의 상권을 되살리는 길은 재래시장의 활성화에서 찾는 것이 순서다. 서울 명동이 옛 영화를 되찾게 된 것은 젊은층을 상대로 한 대형 복합매장이 속속 들어선 데 힘입은 것처럼 대전의 구도심도 신세대를 겨냥한 대형 패션몰 등 패션 특화거리 형성 등으로 점차 활로를 찾기 시작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올해 대전시가 국비 201억원과 지방비 607억원 등 모두 2760억원을 투입,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을 전개했지만, 보다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활성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서울의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이 아사 직전의 위기를 모면, 현재는 아시아 패션의 중심으로 서게 된 성공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전의 원도심 재래시장 역시 대전 특유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재래시장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지혜가 동원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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