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운 논산경찰서장

몇 년 전인가 한 방송사에서 청소년보호 모범업소를 선정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누가 봐도 학생처럼 보이는 연기자를 작은 소매점에 보내 담배나 술을 구입해 오도록 시키고 몰래카메라로 그 업소 주인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었다.

만약 그 연기자가 아무런 제지나 확인없이 무사히 물품을 구입해 오면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하고, 업소주인이 연기자에게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물품 판매를 거절하게 되면 그 곳에 방송사에서 자체 제작한 모범업소 간판을 부착해 주는 것이다.

처음 방송을 접했을 때 몇 군데 돌아볼 필요도 없이 곧바로 모범업소가 선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10여 군데를 다녀도 쉽게 담배나 술을 사 가지고 나왔고, 어떤 때에는 그 프로그램이 끝나도록 모범업소를 선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제정·시행되면서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술이나 담배같은 유해 약물을 판매할 수 없도록 수없이 지도, 홍보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업소주인들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점을 악용, 이를 태연하게 팔고 있는 것이다.

실상을 살펴 보면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다. 단속을 나가거나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호프집에서 청소년을 종업원으로 고용한다든가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술을 판매하고, 여관에 남·여 청소년들이 혼숙하는 것을 그대로 묵인하고, 심지어는 유흥주점의 접대부로 이용하는 악덕업주들까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원조교제 문제는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가정에서는 부모들의 불화와 자식에 대한 무관심으로 거리로 뛰쳐 나오는 가출 청소년들이 해마다 늘고 있고, 또 이들 대부분은 티켓 다방과 주점 등 청소년 유해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누가 우리 청소년들을 거리로 내몰고 술을 먹도록 제공했으며 청소년 유해업소에서 일하도록 했는가. 바로 우리 어른들이다. 작금의 현실을 살펴 보면 청소년들의 탈선을 어른들이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모들이 좀 더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자녀들을 보살피고 그들의 편에 서서 사랑으로 이끌어 준다면 미래를 짊어지고 갈 우리 청소년들이 깨끗한 환경 속에서 바르게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여! 자각하고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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