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윤석 대전평화방송사장

어느 날 행색이 남루해 보이는 한 남자가 마더 테레사를 찾아와 예의있게 말했다.

"수녀님, 오래 전부터 아이가 여덟이나 되는 한 가족이 굶고 있습니다. 수녀님께서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테레사 수녀는 즉시 먹을 것을 싸 가지고 남자가 알려 준 집으로 갔다. 초라한 집안으로 들어선 수녀는 8명의 아이들이 지쳐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테레사 수녀는 먹을 것이 담긴 꾸러미를 내놓으며 아이들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픈 아이들은 없는지요, 여기 먹을 것을 가져 왔어요."

그러자 여인은 한없이 감사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지 않고 음식 보따리를 들고 나가는 것이었다. 테레사 수녀는 여인이 어디로 가는지 내다 보았다. 저만치 이웃집으로 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인이 돌아올 때까지 수녀는 아이들을 살펴 보았다. 여러 날을 굶어 몹시 지쳐 있었지만 두 눈만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막내인 듯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데 문소리가 들리고 여인이 들어왔다. 여인이 돌아왔을때 뜻밖에도 빈 손이었다. "어디를 다녀오세요?" 테레사 수녀가 묻자 여인은 "굶주리는 여인이 또 있습니다" 여인의 대답에 감동한 테레사 수녀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당신은 아이들이 배고픈 와중에도 이웃을 알고 있었군요."

그런데 얼마 후 수녀는 다시 한번 놀랐다. 이 힌두교 여인이 먹을 것을 나눠 준 이웃은 바로 서로 원수처럼 여기는 이슬람 교도였던 것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불우이웃을 돕자는 구호가 나돌고 많은 단체들이 자선이란 이름으로 모금 운동을 벌인다.? 정부도 모금창구를 관청마다 개설해 기탁받고 있다(지금도 그런지 모르겠다). 자선냄비도 등장한다. 자선이란 무엇일까? 자선이란 궁핍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리스도교적인 사랑에 입각해서 베푸는 물질적·경제적 도움을 뜻한다. 왜 자선을 베풀어야 하는가? 예수님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자선은 구체적인 이웃 사랑의 표현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이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그 상을 받을 것이다"(마태오 10, 42), "첫째가는 계명은 하느님 사랑이요,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계명은 이웃 사랑이다"(마태오 22, 37), 주님은 인간의 자선행위를 옥새처럼 귀하게 여기시고 인간의 선행을 당신의 눈동자처럼 아끼신다"(집회서 17, 22). 이런 계명에 따라 우리 천주교회에서는 매년 12월 대림 제3주일을 자선주일로 정해 온 신자들이 자선행위에 참여토록 강조하고 있다.

천주교회에서 말하는 자선 행위는 무엇인가? 물질적 자비의 실천 7가지와, 정신적 자비의 실천 7가지가 있다. 물질적 자비는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일, 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주는 일, 헐벗은 이에게 입을 것을 주는 일, 집 없는 이에게 잠자리를 주는 일, 병든 이를 찾아보는 일, 감옥에 갇힌 이를 찾아보는 일, 죽은 이를 묻어 주는 일 등이다.

정신적 자비 7가지는 의심하는 이들에게 믿음을 주는 일,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일, 죄 짓는 이들을 충고하는 일, 괴로워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일, 마음 아프게 하는 이들을 용서하는 일, 귀찮게 구는 이들을 참아주는 일,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하는 일 등이다.

이 추운 계절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한번쯤 찾아보고 가능한 대로 도와 드리기로 하자.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물질적인 자비보다는 정신적인 자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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