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문화체육부장

교사 대 학부모라는 보기 드문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누가 또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내뱉는 주장만을 들어보면 성인들조차 쉽게 판단이 서질 않는 눈치다.

성인들조차 구분이 어려운 다툼이고 보니 가운데 서 있는 학생들이야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하루빨리 끝맺어야 할 힘겨루기임에는 분명하다.
이 힘겨루기는 전교조와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가 학부모들의 불법 찬조금 조성과 특별반 운영의 시정을 위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함으로써 일부 학부모들이 이에 항의하고 나서면서 촉발됐다.

학부모들은 감사청구 철회 요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학부모협의회를 구성하고 조직적으로 행동하고 있고, 학부모들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교육청과 전교조의 단체교섭은 무효라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한다.

전교조는 불법 찬조금 모금 등 교육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 제기한 감사청구를 철회할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더구나 단체교섭에 대한 학부모들의 무효 주장에 따라 당장 조직의 정책 수정을 요구받게 된 터라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두 단체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마치 주적(主敵)이 된 듯한 작금의 극한대립은 자녀들 보기에도 민망하고 바람직스럽지 못한 양상이다.
일부 학부모의 경우 감사청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전교조를 이적 단체인양 매도하고 해체를 요구하는 등 항의집회 현장에서 비이성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감사청구는 또다른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도 함께 요구했음을 유념해야 한다.

처음은 아니지만 교육에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좀더 조직적으로 대변하고자 하는 (사)학부모협의회가 탄생했다.
이제부터라도 조직적이고 합리적으로 교육현안에 대응, 교육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여 나가면 될 일이다.

모든 계층 학부모들의 충분한 여론을 수렴·대변하는 교육단체로 거듭나야 함은 물론 지혜를 모아 교육발전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체교섭에 학부모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학부모들의 이번 지적에 전교조 또한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교육계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그동안 이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크게 반영돼 온 조직은 교원단체였다.

따라서 교원단체의 주장을 중심으로 교육정책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 이로 인해 교육당국과의 단체교섭이 지나치게 교사들의 편의만을 고려한 점도 없지 않았다.

이번 학부모협의회와의 대치를 계기로 조직의 행로가 전교조 설립 당시의 초심에서 일탈된 부분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사청구도 운영의 묘를 살렸으면 한다.
입시를 앞둔 시점에서 감사로 인한 학교현장의 학습분위기 저해가 학부모들의 우려라면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발휘, 감사 시기를 미루는 방안을 함께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감사청구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고, 동시에 학부모들의 우려도 잠재우면서 말이다.

평행선에서는 이해도 타협도 양보도 불가능하다. 진정 참교육이 목표라면 한 걸음씩만 다가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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