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북부본부 취재부장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 했던가. 인간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물을 비를 통해 얻는다. 그러나 비는 지나치게 많이 내려도 걱정, 너무 내리지 않아도 걱정해야 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달 중 20여일 동안 비가 내렸다. 장마가 끝난 후 집중적으로 쏟아진 호우는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또 태풍 루사가 전국을 휩쓸면서 사망·실종 등 220여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이와 함께 대대로 살아 온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었다. 어떤이는 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어떤이는 애써 키운 농작물이 거센 물살에 쓸려 내려갔다. 전국적으로는 3조4000억원(5일 현재 잠정집계)에 가까운 재산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불가항력적인 천재보다는 막거나 피할 수 있었던 인재가 되풀이 됨에 분노하곤 한다.
이번 집중호우와 태풍도 예외는 아닌 듯 싶다. 물론 집중호우로 하루 동안 내린 비의 양이 기상관측 이후 최고를 기록하고 사라호 태풍 이후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되는 루사의 위력을 과소평가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한 후 이어 발생한 비슷한 규모의 태풍이 일본 열도를 휩쓸었으나 피해상황은 사뭇 달랐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과 실종 등 인명피해가 그랬고 재산피해의 규모 또한 그랬다. 천재지변에 철저히 대비하는 일본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일본이 태풍 등 기상연구에 투입한 예산규모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남부지방의 집중호우로 낙동강 제방이 붕괴되면서 수천 ㏊에 달하는 농경지와 수많은 중소기업이 침수됐다.
농작물은 100% 수확이 불가능하게 됐고 공장은 며칠 전 들여온 수억원짜리 기계가 침수로 녹슬어 고철덩어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같이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제방붕괴는 예측됐었고 주민들이 수회에 걸쳐 보강공사를 요구했으나 묵살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주민들의 하소연을 귀담아 듣고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최소한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천재가 아니라 사전에 충분이 대비했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얘기다.
또 태풍 루사가 많은 비를 내리면서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하천이 범람하면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전문가들은 재난에 대비했더라면 피해를 막지는 못하더라고 줄일 수는 있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절개지의 경사면과 산지 개발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산사태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천재지변으로 재산상 손실을 입거나 인명피해를 입었다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천재를 가장한 인재에 의해 재산을 잃고 목숨까지 잃거나 상처를 입는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더이상 인재로 인해 귀중한 생명을 잃거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날려 버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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