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에서 바다모래를 마구 채취하는 바람에 황금어장이 죽어가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그렇지 않아도 서해안 일대는 연안의 무분별한 개발과 육지의 생활·오폐수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자원보존지구로 지정돼 모래, 자갈 등의 채취가 제한돼 있는 지역에서마저 모래 채취가 불법으로 이뤄진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자원의 보고(寶庫)인 바다를 황폐화시키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문제의 지역은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효자도리 연안으로 지난 6월 공유수면 정사용 허가 기한이 만료됐으나 연장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바다모래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 일대를 포함한 천수만 지역은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해 자원보존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인근 주민들도 어장의 생태계 파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을 지경이라면 그 심각성을 알 만하다. 그런데도 행정 당국은 손을 놓고 구경만 하고 있다니 그 내막을 알 길이 없다. 현재 광업권 허가를 둘러싼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하지만, 이런 사태까지 이르게 한 해당 지자체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이를 지켜보면서 무분별한 바다모래 채취로 인한 폐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준설선이 바다모래를 채취하면 생태계가 변할 수밖에 없다. 모래 광구 주변에서 모래를 퍼 올릴 경우 발생하는 부유물질이 바다생물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어족의 산란장을 교란시켜 꽃게, 피조개, 전복 등이 고갈되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연안의 백사장이 점점 사라지게 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천혜의 백사장이라는 경관을 자랑하던 서해안이 점차 황량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충남의 경우 매년 바다모래 채취량이 늘어나 논란을 빚고 있다. 올 들어 10월 말 현재 허가량은 65건 993만㎥로 2000년(721만㎥)보다 1.3배를 웃돌고 있다. 해당 지자체가 환경 파괴 시비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계속 내 주고 있는 것은 이에 따른 막대한 세외수입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국의 허가를 받고 모래를 채취하는 경우라도 환경영향평가제는 있으나마나다. 채취량을 소량으로 나눠 허가를 받을 경우 사전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도 된 탓이다.

이제는 해양환경을 보전하는 데 정부는 물론 지자체, 업자, 시민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제를 연간 총량제로 강화해야 마땅하다. 바다와 육지, 연안을 통합관리하는 연안통합관리법의 실효성을 살리는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 자연자원은 한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미래의 보고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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