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택 행자부 자치행정국장

지금 전국 각지에서는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방자치권의 전면 확대를 요구하는 등 지방분권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커져만 가는 지역 소외감을 극복하고 전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국가 경영의 패러다임을 분권과 분산형으로 바꿔야만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방분권화의 요구는 세계화·지방화·정보화라는 21세기형 사회변화의 큰 흐름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서 우리도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요청임에 틀림이 없다.

또 지방분권을 통해 각 지방의 잠재된 능력을 개발함으로써 지방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이러한 지방의 경쟁력을 하나로 결집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의 원리에도 부합하는 것으로서 지방의 당연한 요구이자 권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지방분권이 균형 있는 국토발전과 지방의 완전한 자치권 확립이라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야 할 과제가 있음을 우리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선자치 7년의 공과를 되돌아볼 때 주민에게 한 발 다가선 봉사행정, 새로운 경영행정의 실현 등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단체장의 지나친 권력 남용과 무책임, 방만한 재정 운영과 도덕적 해이, 지역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린다는 지적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지방분권이 지역독점주의의 구도 위에 그려지고 자칫 변형된 지역주의로 나간다면 또다른 지역패권주의로 변질될 우려가 있으며 지방분권 문제가 정치권력의 시혜나 단체장의 권력강화라는 음성적 차원에서 접근될 경우에는 그 폐해가 불을 보듯 분명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지방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는 궁극적으로 지방분권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더불어 지방자치단체의 부단한 자기혁신과 주민의 자발적 참여 또한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기혁신은 지역 발전을 저해하는 지역의 낡은 패러다임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주체적인 개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분권화된 권력을 수용할 수 있는 수권 능력의 배양으로 귀결되는 것이며, 이러한 능력이 없다면 실질적인 권한을 획득하고도 이를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 주민의 자발적 참여자치가 결합되지 못한 지방분권은 새로운 형태의 지역내 집권화만을 양산하므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의식은 지방분권의 필수적 전제조건인 것이다.

이러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한 상태에서의 분권화는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중앙정부에 의한 집권화보다 하등 나을 것이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지역주민의 생각과 노력으로 그 지방의 개성있고 독창적인 얼굴을 스스로 그려가는 과정이라 한다.

물론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훌륭한 재료를 제공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이러한 바탕 위에 살아 있는 얼굴을 그려가는 것은 지방의 몫이다.

아무쪼록 중앙과 지방의 노력이 조화롭게 병행되는 가운데 진정한 지방자치의 참된 얼굴이 하루빨리 그려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