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태 서구 의사회장

얼마 전에 프랑스를 일주일 정도 갔다 온 일이 있다. 미국은 여러 차례 학회 등으로 간 일이 있고, 십년 전에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교환교수로 보스톤에 있는 한 병원에서 동물실험 및 수술 관찰을 해 어느 정도 미국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유럽은 영국에서 1박을 한 적이 있지만 실제 그네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 사실상 백지상태인 셈이다.

더구나 프랑스는 처음이고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했고 12시간 만에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했다. 놀란 것은 공항내에 있는 식당에 담배 피우는 좌석도 있고, 실제 담배 피우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이 남자들보다 많았으며, 식당 자체가 외부와 차단된 유리나 벽도 없고 더구나 필자는 대전에서 출발하는 인천국제공항 직영버스를 타기 전부터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하고 출발했는데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공항 밖으로 나가는 회전문에서 공항내임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있었다.

공항에서 아미앵이라는 도시로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안내 쪽지에는 설명이 돼 있으나, 버스 타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아 20여분 정도 헤메다가 간신히 아미앵행 버스를 탔다. 버스 운전기사에게 목적지인 아미앵까지 얼마나 걸리느냐고 짧은 영어실력으로 물어 보았다. 불어로 무어라고 한참을 설명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 채 지도를 꺼내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니 파리에서 아미앵까지 대략 100㎞쯤 되는 것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보니 다소 가슴이 답답했다. 전부터 프랑스에 가면 영어를 잘할 줄 아는 프랑스인들조차 자존심 때문이지 몰라도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 애를 먹는다는 것을 익히 들었던 적이 있다.

아미앵에 도착하니 의료기구를 만드는 회사의 현지 직원이 마중나와 있는데 이 사람 역시 영어로의 대화가 원활하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표정을 보면서 서로 의사소통을 했다. 그 직원의 차로 호텔까지 가는데 자동이 아니고 수동인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 비교적 새 차인데 불편하게 수동기어차를 운전한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자동기어가 운전하기기 수월할 텐데 수동을 샀냐고 물었더니, 휘발유 소모가 적고, 습관이 돼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아무 생각없이 자동기어를 몰고 다닌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선진국인 이 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이런 사고를 갖고 있다면 IMF 같은 경제위기가 생길 리가 있겠는가.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 일찍 호텔 주위를 거닐었는데 벽 군데군데 수리한 흔적이 역력히 보였고, 100년 이상은 족히 돼 보였다.

우리 나라 같았으면 벌써 최신식으로 새로 지었으리라. 주위에 세워놓은 수십대의 차를 보니 대부분 프라이드나 엘란트라 규모였고, 몇 대만 자동기어였다. 언뜻 보면 새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대부분 5년 이상 10년 정도는 돼 보였다.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의료기기 제조회사를 가 보니 사장은 70세가 넘어 보였고, 사장님 차는 엘란트라 정도로 작고, 10년은 넘은 것 같았다.

수술 관찰차 병원으로 차를 타고 가는데 광활한 벌판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물어보니, 불란서에서 재배되는 야채만으로도 유럽 전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농작지가 넓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소형차에 수동기어를 운전한다는 사고를 우리가 첫 번째로 본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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