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작년에 비해 독감절정기가 한달 가량 앞당겨지면서 독감환자들도 그 당시보다 2배 정도 늘어났다. 벌써부터 병·의원에는 독감증세를 앓는 환자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고, 전국 각급 학교는 결석·조퇴사태로 정상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보건 당국이 지난 주말 '독감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독감의 전파속도는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아 걱정이다.

예년 같으면 1~2월에 유행하던 독감이 11월부터 번지고 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 10~16일에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수가 4.47명이었으나 지난주엔 이미 5명선을 넘어선 것으로 국립보건원은 추정하고 있다. 평년의 경우보다 빨리 춥고 건조한 기후를 몰고 온 엘니뇨현상 등의 외적인 요인 탓도 무시할 수는 없으나 이른바 '인플루엔자 10년 주기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라도 독감이 다시 한번 전세계를 강타할 것인지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흔히 독감을 독한 감기나 몸살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그건 크나큰 오산이다. 독감은 섭씨 38도를 웃도는 고열에다 두통·전신근육통을 동반한다. 기침과 함께 목이 아프고 콧물을 흘린다. 증상이 감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지독하다. 요즘 독감은 '파나마 A형'이라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염성도 무척 강하다. 한번 독감이 번지면 전체 인구의 10~40%가 감염된다. 독감이 무서운 것은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나 노약자, 그리고 심장질환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 97년 조류에게만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새의 독감이 인간에게도 전염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만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형의 귀재다. 끊임없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우리를 괴롭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독감의 원인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독감은 매년 조금씩 다른 유전자형으로 유행하는 특성상 백신을 매년 맞아야만 예방할 수 있다.

지난달 일부 의료기관에서 백신이 부족해지자 작년에 만들어 뒀던 약물을 접종한 이른바 '물백신 파동'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더이상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우리 나라도 독감 백신의 수급 및 접종을 위해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모색할 때가 됐다고 본다. 비록 법정전염병은 아니라지만 지난 여름 유행한 아폴로 눈병때처럼 많은 사람들이 허둥댄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방역대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 각자가 건강수칙을 지키는 일이다. 평소의 건강관리와 함께 다중집합장소를 피하고, 적기에 예방백신을 맞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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