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 배재대 교수

며칠 전 우리의 귀와 눈을 어지럽힌 사건 중에서 유난히 필자에게 거슬린 것은 학교 수업과 교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OECD 30개 회원국과 18개 비회원국 중 최고라는 것이었다. 지난 19일 OECD가 48개국이 제출한 교육관련 자료와 각국의 15세 이상 학생 5000명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등을 조사해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02'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더 경악할 사실은 우리 정부와 교육단체의 입장이다. 그들은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교사의 교수 능력과 수업 방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교사가 가르칠 능력이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수업 방법 또한 학생들이 불만을 가질 만큼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했다. 원대한 계획을 갖고 접근하라는 말일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광복 이후 우리는 과거의 모든 교육을 부정하고 새로운 교육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50여 년이다. 그것도 완전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수없이 바뀐 장관들과 교육개혁을 생각한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난사를 갖고 있다. 그것뿐인가. 몇 년 전에는 IMF 경제위기라는 졸작을 만들어서는 능력 있고, 경험 있는 교육자들을 모두 강원도 명퇴덕장(?)으로 보냈다. 황태라나, 명태라나, 아니 동태라고 했던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없으니 제발 나를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하고 찾아오는 사람은 모두 제자로 삼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아는 것은 꼭 행동으로 옮겨라'하면서 독약도 맛있게 마시고 지행합일(知行合一)을 보여 줬다. 그 이후 소크라테스의 후예들은 그의 뜻을 따라 열심히 제자로 찾아오는 사람에게 혼과 정을 쏟아 가르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스승과 제자, 이는 가르침과 배움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의 교실을 보자! 정말 안타깝게도 배움은 없다. 늘어나는 사교육비가 이것을 너무나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학생들은 과외를 통해 열심히 배운다. 학생들은 항상 전 단계를 배운다. 유치원생은 초등학교 과정을, 초등학생은 중학교 과정을, 그리고 중학생은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고, 그것을 자랑한다.

가르침, 그것은 제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학생들은 다른 곳에서 모든 것을 다 배우고 학교에 오니 교사는 무슨 재미와 낙으로 학생을 가르치겠는가. 교사의 즐거움은 모르는 것을 깨우쳐 가는 학생들에게 있다.그러나 어떤 학생을 깨우쳐 줘야 될지 모르는 교사는 단지 넋을 놓고 있을 뿐이다.

OECD 교육지표 2002에 따르면 '교사들이 학생의 학습을 잘 돕느냐'라는 질문에 1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고 한다. 10명 중 1∼2명은 그래도 아직 배울 것이 있다는 의미다. 서구의 선진국에서는 한 번 담임이면 졸업 때까지 영원한 담임이다. 그 정도는 돼야 학생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일단 학교에 맡겼으면 기다리는 미덕도 필요하다. 그 후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싶으면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교육은 신성한 것이다. 나무에 올려놓고 흔드는 정치판과 같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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