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내를 관류(貫流)하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 등 3대 하천에 정겨웠던 그 옛날의 정취가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갑천과 유등천 양안(兩岸) 산책로에는 언제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어쩌다 낚시하는 사람의 모습도 이채롭게 비쳐진다. 엑스포 과학공원 앞 갑천에는 이따금 카누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천에는 철새 떼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물 속을 들여다보면 송사리떼가 헤엄치는 모습도 정겹기만 하다. 10년 전만 해도 어림없는 일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궁창이나 진배없던 3대 하천이다. 악취 때문에 시민이 접근을 꺼려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최근 들어 확 달라진 것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갑천은 BOD 2.5mg/ℓ. 유등천은 1.4mg/ℓ.대전천은 1.5mg/ℓ로 3대 하천 모두가 2급수로 개선됐다고 전한다.참으로 반가운 현상이다. 시궁창 물이 청정수로 뒤바뀐 것은 대전시가 그동안 3000여억 원을 투입, 적극적인 하수정비사업을 편 데 따른 결과다. 3대 하천 양안에 차집관거를 설치, 하천으로 흘러들던 오·폐수를 차단하고 98년부터는 하수관에 오수와 빗물을 분리하는 벽을 만들어 빗물만 하천으로 흘러들게 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여기에다 각종 오물을 걷어내고 천변 청소에도 정성을 기울인 새마을 지도자협의회 회원 및 해병전우회 등 시민들의 노력도 괄목할 만하다.

그 결과 지금 3대 하천에는 2급수에서만 사는 누치, 납자루 등 어류 20여종이 되살아나고, 백로, 해오라기, 왜가리 등 조류 30여종도 돌아왔다. 갑천 상류에는 1급수에서만 산다는 비오리 떼가 나타났고, 유등천에도 청정지역만 선호한다는 수달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한다. 대전 3대 하천이 1급수에 육박할 정도로 놀라운 변신을 한 것은 그야말로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다시는 더럽혀지는 일이 없도록 3대 하천을 잘 지켜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 당국은 앞으로 환경과 생태를 보호하고 가꾸는 하천정책을 펴야 하겠지만, 관심사로 삼아야 할 것은 하천의 건천화(乾川化) 방지대책이다. 대전시는 내년부터 대전천 하류에서 정화처리한 물을 별도 관로를 통해 상류로 퍼올려 흘려보낸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대전천뿐 아니라 3대 하천의 유량을 상시적으로 확보하는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원래 골이 깊지 않은 대전천이 그렇지만 3대 하천의 건천화는 예사롭지 않은 문제다. 건천화 방지가 하천 살리기의 지름길이 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 각자는 3대 하천 지킴이가 돼 더 이상 더럽히지 않고 깨끗이 가꾸는 파수꾼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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