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발전연구원이 충남도청 이전 후보지의 선정·발표를 시·군간 갈등 및 향후 파장 등의 이유로 뒤로 미룬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충남발전연구원은 25일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물리적인 측정지표에 의해 후보지 3곳을 선정할 수는 있지만, 현재 시·군간 갈등이 첨예하고 발표 이후에 나타날 파장이 커 정치행정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발표시기를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발전연구원은 도청 후보지는 도민의 공감대 형성과 시·군간의 합의도출에 의해 선정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재는 여건상 시기가 맞지 않아 과제수행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지급하더라도 합의도출 때까지 발표시기를 늦추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원들은 후보지 선정·발표 지연은 용역결과에 대한 책임회피이며, 합의도출 운운하는 것도 자신들의 책임을 시·군에 떠넘기려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상반된 입장을 보면서 자괴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도청 후보지 선정 과정의 파장을 미리 생각하고 용역을 수행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도민들의 의문을 증폭시키고 갈등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충남발전연구원은 각 시·군의 여건을 과학적이고 산술적으로 측정지표에 대입하고 이에 따른 결과를 도와 도의회로 넘기면 역할이 모두 끝나는 것으로 간단하게 생각하고 출발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충남발전연구원이 도청후보지 3곳 선정을 위한 측정지표 합의를 위해 시·군의 실무·자문위원들과 수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그 때마다 일부 시·군의 문제 제기로 합의도출을 못한 채 표류하다 결국 투표에 의해 억지로 결정짓게 됐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일단 측정지표 결정 투표에 반대표를 행사했던 시·군들의 앙금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채 후보지가 결정되면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나설 태세여서 충남발전연구원은 지금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기에는 충남도의 준비되지 않은 선거용 정책결정이 한몫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 그리고 광주와 전남의 도청이전 및 통합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을 '먼 산의 불'처럼 바라보고만 있다가 선거용으로 '도청이전 공약'을 내세운 후 여건미비 상태에서 추진하다 보니 혼란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충남발전연구원과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충남도는 지금부터라도 타 시·도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명분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