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단일화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통합21의 정몽준 후보도 깨끗한 승복을 인정했다. 이로써 정 후보는 70여일에 걸친 대권을 향한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됐으며, 노 후보는 대선구도를 양강체제로 굳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하여튼 노 후보가 정 후보를 통해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얻어내는지에 따라 향후 대권구도는 거세게 요동칠 것이다.

단일화 방식이 전격적으로 타결됐던 지난주에 양 당은 숨가쁜 레이스를 펼쳤다. 국민도 정치권에서 펼치는 빅이벤트를 오랜만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두 후보의 TV토론도 속전속결로 진행됐으며, 여론조사 역시 기대보다는 빠른 시점에서 발표됐다. 이렇듯 단일화 과정은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정치행사였다. 이를 지켜 본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해 발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들에게도 동일한 성격의 토론회와 TV생중계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특정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후보들이 펼친 단일화 방식이 적법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지만, 정당은 대선후보를 독자적으로 선출할 고유 권한이 있다. 한편으론 정당간에 후보를 단일화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한나라당은 단일화를 '정치적 야합'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만, 정당간의 연합과 공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정당간의 이념과 노선이 다를 경우에 어떤 명분과 원칙 하에서 연합과 공조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설득력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단일화 시도는 국민의 의견존중이라는 빌미를 내세워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했다고 본다. 표본으로 추출된 소수의 결정이 다수 지지자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단일화에 대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다. 이회창 후보와 양강구도를 이룬 노 후보의 약진이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 불투명하고, 통합21과 정 후보의 노 후보 돕기가 어느 수준에 이를 것인지 역시 궁금하다. 반창(反昌)·반노(反盧)세력과 자민련 등을 포함한 제3세력의 향배도 관심사다. 단일화 과정에서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했던 정치집단들은 좋든 싫든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지금의 대선구도 하에서는 영·호남 중심의 지역갈등과 보수·진보간의 대결이 불가피한 것 같다. 이제 말도 많았던 단일화 경쟁은 끝났다. 치열한 접전이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정치권에서 끝까지 페어플레이 정신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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