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권 논설위원

요즘 우리 사회의 지역간 격차 문제는 심각하다. 과거에는 영·호남간, 또는 도·농간 격차가 문제시됐지만 이제는 이보다도 서울과 비(非)서울, 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격차가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극화돼 소위 '서울공화국'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문화산업 부문에서도 예외가 아닌 바,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더 심하기까지 하다. 문화산업은 기본적으로 최고가 모든 것을 차지해 버리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여건이 우월한 수도권이 모든 것을 차지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큰 문화콘텐츠산업의 경우에는 정보와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미 구조적으로 수도권에 인력과 정보, 돈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는 지방정부가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 비수도권 지방정부를 옥죄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암울한 상황은 비수도권 지방정부가 자신들이 처한 여건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문화산업정책을 선택해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추진해 나갈 것을 또한 요구한다.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자포자기하고 중앙정부만 바라다봐서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절망의 끝에서 이를 딛고 일어나 내발적(內發的)인 노력을 해갈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방자치와 지방화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불리한 여건 속에서 이를 인정하고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해 문화산업정책을 추진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본래 문화산업은 창작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예술 작품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으로서 인류의 무형적 생산물 전반을 지칭한다. 이 중에서 놀이와 감상의 성격이 강한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분류되고, 여기서 또 상업화 가능성이 높고 매체 연계성이 높은 분야가 문화콘텐츠로 구분된다. 첨단문화산업단지는 이러한 문화콘텐츠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집적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첨단문화산업단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문화상품 제조업체들만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 개념으로 접근돼서는 안되며 관련 유통, 서비스, 교육, 연구개발, 주거, 위락, 기타 도시활동들이 복합된 복합단지 혹은 비즈니스파크 형태로 개발돼야 한다.

그리고 중앙정부나 타 지방정부들이 시도하고 있는 기존의 문화산업 육성정책들은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별 문화기업들에 육성자금을 지원해 주거나 입지적, 조세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일회적인 투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에게 특별한 조건 없이 직접적인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성공적인 결과를 유도해 오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문화산업 육성정책의 근간은 문화기업들이 지역 문화산업 육성의 핵심인 기업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대로 집중돼야 한다. 즉, 문화기업들에 대한 입지, 금융, 조세, 보조금 지원시책은 기업과 대학, 연구소, 기타 다양한 문화활동들간 생산네트워크 구축에 초점을 맞춰 종합적·전략적으로 접근돼야 한다.

해외 첨단문화산업단지 사례를 보면 입주업체와 이들 입주업체의 졸업 후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서 단순한 시설과 공간의 지원에 한정하지 않고 네트워크와 재정적, 법률적, 경영 및 기술지원 등을 모두 포괄하는 광범위한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입주업체에 대한 지원은 가능성 있는 업체를 선별해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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