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상 목원大 교수

얼마 전 대통령 후보로 나선 사람들 간에 행정수도 천도를 공약화하는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적이 있다.
후보들 가운데는 문제의 심각성과 접근 방법상에 다소 차이가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사문화돼 버린 것 같던 행정수도 천도 문제가 뒤늦게나마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선 매우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주지하다시피 수도권 과밀화 문제는 어제 오늘에 비롯된 문제는 아니지만, 역대 어느 대통령도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속시원히 해결한 사람이 없었다.

수도권의 기능 분산정책은 자칫 표를 잃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과거 독재시절에도 과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 엄청난 부담으로 남겨지게 됐다.

그러나 이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위성도시 건설과 같은 임시방편적인 정책은 수도권 과밀화를 더욱 촉진하는 결과만을 낳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 과밀화 문제는 인구의 절반이 이 지역에 몰려 있어, 이 지역 주민들에게 교통혼잡과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생활의 질(QOL)을 떨어뜨린다는 사실 외에도, 행정, 사법, 경제, 교육, 문화 등 거의 모든 기능이 한 곳에 집중돼 있어 타 지역과의 발전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함으로써 타 지역 주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준다는 점에서도 심각성을 내포하고 있다.

세금은 똑같이 적용받으면서도 왜 수도권 이외 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혜택만을 누려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망국적인 지역감정도 따지고 보면 지역간 경제발전 격차에서 비롯됐고,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이 득표전략의 일환으로 이를 부추겨 왔기 때문에 감정대립으로 확대된 것일 뿐이다.

이제 영·호남 간의 지역감정만으로도 모자라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소위 `서울사람'과 `촌놈' 식으로 또다른 지역감정을 만들어 낼 작정인가? 이미 서울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에 따라 대학의 서열이 매겨지고 있는 현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웅변해 주고 있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처럼 산업·금융은 프랑크푸르트, 행정은 베를린, 교육·문화는 뮌헨, 사법은 뉘른베르크와 같이 기능을 분산시켜 골고루 발전시킨다면, 다소의 격차는 있더라도 결코 망국적 지역감정은 발생되지 않을 것이다.

행정수도 천도 문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 매우 신선한 화두로 받아들이고 싶다.
다만 공약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독재가 아닌 강력한 민주적 리더십으로 일이 추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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