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티즌 살리기 해법

"월드컵이 끝난 후 해외를 가면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프로축구단을 가지고 있는 대전 시민이라 더욱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었는데…. 이제는 있는 것마저도 없어질 판이니 대전 시민이라는 것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최근 대전 시티즌의 해체 위기설이 감돌자 한 축구팬이 울분을 토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있는 것마저도 지키지 못한다'는 자괴감 때문이다.

월드컵 이후 대구 등 전국에서 프로축구단 창단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우리 지역에서도 축구에 대한 한 기업의 헌신적인 사랑과 시민들의 노력에 의해 실업 팀이 운영되고 있어 대전 시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 전국체전 준우승의 돌풍을 일으킨 서산 정우종합건설(회장 유용철) 축구팀.

정우건설팀은 지난 4월 20일 프로 및 실업축구단에서 벤치를 지켰던 선수 25명으로 팀이 창단됐다.

비록 무명의 팀이지만 웨이트장 등 트레이닝 시설을 모두 갖춘 기숙사와 서산 종합운동장의 잔디구장 등 축구에 필요한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

선수들도 넉넉한 액수는 아니지만 연봉 1600만∼20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아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이 돈은 지금까지 전적으로 정우건설에서 부담을 했다. 정우건설은 연간 매출액이 100억원이 안되는 규모로 팀을 지원하기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회사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

1년간 잠정적으로 잡아놓은 투자 액수는 10억원 가량으로 기업이 지역에서 번 돈을 지역을 위해 다시 쓴다는 일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정우건설의 헌신적인 노력에 지역민들도 감동, 시민구단으로 탄생하기 위해 '시민 1인1계좌갖기 운동'과 시민구단으로 탄생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서명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은 인구 150만명으로 15만명에 불과한 서산에 비해 인구 수만 따져도 10배에 이른다. 대표적인 향토기업은 적다고 하지만 서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히 많다.

그러나 대전은 향토 기업들이 줄줄이 프로 축구단을 외면하고 있고 시민들의 동참과 열기를 한군데 응집시킬 수 있는 기구 등의 발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대전 시티즌은 정말 공중분해됩니다. 이제 해체되면 언제 프로축구단이 창단될지도 모르는데 힘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한 축구팬의 애달픈 마음처럼 성의 있는 해결책이 언제쯤 나올지 축구팬들은 초조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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