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봉한 그리고 개봉박두의 한국영화 2편이 이번 주말 극장가에서 격돌한다. '광복절특사'(감독 김상진)와 '해안선'(감독 김기덕)은 개성 강한 두 감독의 독창적인 특성을 한껏 엿볼 수 있는 영화들. 시사회 관람객들은 늦가을의 낙엽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면 '광복절특사'를, 지난 여름의 격정이 아직 흔적처럼 요동치고 있다면 '해안선'으로 무게를 얹으라고 권하고 있다.

<편집자 주>



◆ 광복절특사

'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의 흥행콤비 김상진 감독과 박정우 작가가 손을 잡고 21일 개봉한 '광복절 특사'(제작 감독의 집)는 천신만고 끝에 탈옥에 성공한 두 명의 죄수가 탈옥 후 자신들이 광복절특사 명단에 들어 있다는 신문내용을 보고 다시 감옥에 들어가려고 애쓴다는, 줄거리부터 기발한 작품.

특히 흥행스타 설경구-차승원을 `투톱'으로 내세운데다, 기발한 해프닝이 쉴 새 없이 이어져 관객들이 지루해 할 겨를이 없는 정통 코미디로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길거리에서 빵을 훔쳐 먹다가 철창 신세를 지게 된 무석(차승원 분). 끈질기게 탈옥을 시도하다가 형량만 늘어난 그는 야외 노역 도중 숟가락을 발견한 뒤 6년째 땅굴을 판다.

오로지 특별사면만 바라보고 교도관들에게 충성을 다하는 재필(설경구 분). 면회 온 애인 경순(송윤아 분)으로부터 이틀 뒤 결혼한다는 폭탄선언을 듣자 무석과 함께 탈옥을 결심한다. 그러나 탈옥에 성공한 기쁨도 잠시, 택시를 탈취해 서울로 들어온 무석과 재필은 새벽 가판대 신문의 광복절 특사(특별사면)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하고 만다.

문책이 두려운 교도소 보안과장(강신일 분)은 돌아오기만 하면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고 제안하지만, 재필은 경순의 마음을 되돌리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결국 두 사람은 반항하는 경순을 들쳐업은 채 교도소로 향하는데….

6년째 땅굴을 파며 탈옥을 시도하는 단순무식한 절도범 무석 역을 맡은 차승원의 한껏 망가진 모습과 오로지 특사만을 위해 교도관들에게 착실 그 자체로 아부하는 설경구의 새로운 캐릭터가 볼 만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0분.

◆ 해안선

22일 개봉에 앞서 지난 14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던 '해안선'은 민간인을 오인 사살한 뒤 결국 미쳐버리는 한 고참병(강 상병)을 연기한 장동건의 거친 연기변화가 새롭다.

'과거는 흘러갔다'를 쉰 소리로 뽑아내다가 주루룩 한줄기 눈물을 떨구는 강 상병의 (장동건이 직접 부른) 구슬픈 노랫가락과 그가 오인 사살한 민간인의 애인인 미영(박지아 분)이 미쳐 떠도는 스산한 분위기, 군대와 해안선으로 압축된 분단의 현실이 관객들을 무겁게 압도한다.

평온해 보이는 동해안의 바닷가. '경고! 밤 7시 이후 이곳을 접근하는 자는 간첩으로 오인되어 사살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경고판이 서 있다.

남들 노는 시간에 홀로 훈련에 열중하며 간첩을 잡겠다는 각오에 찬 박쥐부대의 강 상병은 어느날 밤 군사경계지역 안에서 푸르스름한 남자의 등짝을 보고 순간 총을 쏜다.

그러나 탄알과 수류탄에 찢겨 흩어진 사람은 간첩이 아니라 술에 취한 채 위험한 정사를 벌이던 미영의 애인. 까래서 깠는데…. 시체를 본 강 상병은 하얗게 질리지만 간첩잡은 해병으로 표창을 받고 휴가를 나온다.

강 상병은 점점 난폭한 행동을 하다가 마침내 정신장애를 판정받고, 의가사제대를 하지만 계속 박쥐부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애인을 잃고 미쳐버린 미영도 철책선 주위를 맴돌고, 미친 두사람으로 인해 해안선은 점점 불안한 기운에 휩싸인다.

'수취인 불명', '악어', '섬' 등에 이어 '나쁜 남자'로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개성을 한껏 인정받은 김기덕 작품의 진수를 또 한번 엿볼 수 있다. LJ필름이 제작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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