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얼마 전 개그우먼 김미화가 자신의 비밀스런 가족사를 털어 놓아 뉴스의 표적이 된 바 있다. 자신의 생부가 이중결혼했다는 내용이었다. 원래는 부친의 성을 이어받아 박씨 성을 사용했으나 나중에 생모의 성으로 정정했다는 사실까지 덧붙였다. 탤런트 이유진도 자신이 혼혈아임을 고백했다. 탤런트 김승현도 자식을 둔 처지임을 밝혔고, 몇년 전엔 탤런트 홍석천이 동성애자임을 고백했다. 종전의 상식 수준으로 보면 결코 쉽지 않은 현상이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재확립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일반인들이 이들에게 동정과 격려를 보냈다는 사실에서도 그런 맥을 짚을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 양태가 급격히 번지고 있다. 기존의 가치관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반란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이것을 기성세대의 '억압으로부터의 과감한 탈출'이라고 표현한다. 기존의 사회의식에 대한 고발이 스며 있는 것이다. 젊은층 스스로 철저한 자아성찰 또는 자기 정체성 재정립의 과정을 거쳐 표출되고 있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그 배경엔 명분이 주요한 동기(動機)로 작용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이유있는 반항'으로 받아들여지는 구석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 성향을 지닌 그룹은 최근 유행하는 말을 빌리자면 이른바 'P세대'에 속한다. X세대, N세대에 이어 출현한 P세대는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 '힘(Potential Power)'을 토대로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데 적극성을 띤다. 386세대의 사회의식과 X세대의 소비문화, N(Network)세대의 생활 패턴, W(Worldcup)세대의 공동체의식과 행동이 혼재된 상태라는 한 광고회사의 분석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열정'이야말로 민태원이 '청춘예찬'을 통해 그토록 갈구하던 이상(理想)과 맞닿아 있다.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실현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한다."

민태원은 그렇게 젊음의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을 거선(巨船)의 기관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미국 GE회사의 최고경영자였던 잭 웰치나 IBM을 구해낸 루이스 거스너의 삶을 그린 책에서도 나이를 불문하고 여전히 그런 열정이 살아 숨쉰다.

P세대의 탄생을 촉발시킨 동력(動力)으로는 21세기 들어 IT(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꼽을 수 있다. 한국의 IT산업 경쟁력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8개 회원국 중 7위에 해당하고, 전국 가구의 70%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과거처럼 수직적이고 딱딱한 우리 사회는 이젠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다.

하나의 네트워크를 통해 동질성을 추구하는 집단심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것도 양방향 대화를 통해 하나를 이루는 동반자적 관계를 설정하므로 그 위력이 엄청나다. 4강을 일궈낸 월드컵 신화, 촛불시위, 그리고 대선 과정은 이를 말해주는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산업구도는 물론 정치나 사회, 문화 부문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발적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속성을 이용한 각 부문별 마케팅도 열기를 더해 준다. 다만 정치권만은 아직도 기득권에 얽매여 분열과 갈등, 대립의 각을 세운 나머지 상생(相生)의 가치를 사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정치 참여를 통해 축제의 장(場)을 만들어 내는 대중의 속성은 더욱 빛을 발할 게 분명하다.

물론 이런 트렌드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응집력, 즉흥성, 폭발력이라는 속성 때문이다. 이를 순화시켜 한국인이라는 접점(接點)을 네트워킹하는 또 하나의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건 사회발전 과정에서 끊임없이 고뇌해야 할 실천적인 화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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