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축구단 팀명 '이글스'로 확정

"이글스가 둘이 될 순 없습니다. 이글스는 오직 한화만의 것입니다."

한화 이글스 팬들이 요즘 잔뜩 독이 올라 있다. 2003년 K-리그 처녀출전을 앞두고 있는 대구시민 프로축구단이 최근 팀 이름을 '대구 이글스'로 확정한 까닭이다.

대구시민 프로축구단은 지난 4일까지 공모된 총 7008건의 이름 중 최종심사까지 오른 대구FC, 대구이글스, 대구애플스, 대구 유니온즈, 대구 페시온즈 등 5개의 이름을 놓고 릴레이 논쟁을 벌인 결과 '이글스'라는 이름이 좋다는 의견을 밝힌 투표자 수(612명)가 가장 많은데다 '이글스'가 대구시의 새인 점을 반영해 '대구 이글스'로 이름을 확정했다.

그러나 지난 86년 빙그레 이글스 창단때부터 '독수리 팬클럽'을 결성해 활동해 온 이글스의 골수팬들은 '이글스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관련 팀의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네티즌들끼리 "하필이면 왜 이글스냐", "이글스를 대전팀에서만 써야 하는 거냐"라며 '이글스'라는 이름 사용을 둘러싸고 서로를 비방하는 의견들이 게시판에 폭주하면서 대전-대구간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을 정도다.

한화 팬 박모(28)씨는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에 "독수리란 이름에는 수많은 독수리팬들의 눈물과 웃음이 담겨 있다"며 "'이글스'라는 이름은 절대 공유할 수 없는 만큼 대구는 대전에 공식 사과하고 개명하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인 이모(25)씨는 "1986년 빙그레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 온 '이글스'라는 명칭은 대전 야구팬들의 긍지이자 자부심"이라며 "대구시민 구단의 이글스 명칭 사용을 반대할 법적 근거는 없지만 팬클럽 회원들과 전체 이글스 팬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대한 축구협회와 대구시민 프로축구단측에 그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이글스 이름을 둘러싸고 대구시민을 비방하는 글들이 이어지자 한 대구시민은 "대구시민 전체가 '이글스'라는 명칭을 결정한 것이 아닌데 왜 대구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욕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어디까지나 스포츠 문제인 만큼 지역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서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관계자는 "대구 이글스는 축구단 이름이기 때문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팬들이 이렇게까지 반대할 줄 몰랐다"며 "이글스를 지키고자 하는 팬들이 많은 만큼 '대구 이글스'가 팀명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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