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코앞' 초등생들 인터넷 믿고 '느긋'

'방학 숙제인데 선행 사례 글 하나만 써 주세요.' '한달치 일기와 효 체험 보고서를 부탁드려요.'

개학을 앞둔 초등학생들 사이에 방학 과제물을 돈으로 사는 인터넷 숙제대행 사이트가 난무하고 있다.

초등학생 및 학부모들에 따르면 인터넷 사이트인 D사 카페와 교육 관련 사이트에는 방학 숙제를 대행해 주는 사이트 200여곳이 개설, 운영 중이다.

일부 카페는 30만명의 회원이 가입해 호황을 누리는가 하면 초등학생들의 쌈짓돈을 노린 일부 교육 사이트는 건당 500∼1000원을 받고, 방학 숙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방학 숙제 중 수행평가 대상만 엄선, 건당 500원을 받고 있는 S사 사이트에는 독후감, 기행문, 감상문, 탐구조사, 인물학습 등 과제물을 구입하려는 학생들이 폭주해 지난 21일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인터넷 D사 카페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방학 과제물 관련 170여곳의 카페가 개설된 이 사이트에는 현재 수만개에 달하는 방학 숙제 완성안이 게시됐으며, 일기와 효 체험 보고서와 선행 사례, 가족 동반 여행 등까지 요구하는 초등학생들의 글들이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개학에 앞둔 초등학교 앞 문구점과 과학 탐구 상점들도 문전성시이긴 마찬가지다.

방학 과제물로 종이접기와 지점토, 공예 등을 제시한 모 초등학교 앞 문구점에는 이와 유사한 과제물 완성품이 판매 중이며, 곤충 채집 전문점인 B상점에서는 3만5000∼10만원대의 각종 곤충채집 완성품을 판매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김모(13)군은 "방학 숙제는 인터넷에서 완성된 글을 다운받아 편집하면 반나절이면 끝낼 수 있다"며 "실물로 가져 가야 하는 곤충채집도 완성품을 사서 제출하면 모양도 이쁘고 과제물 성적도 좋게 나온다"고 말했다.

학부모 박모(45)씨는 "자녀들의 과제를 미리 챙기지 못한 부모의 책임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개학을 앞두고 밀린 방학 숙제를 해결해 주려니 맞벌이 부부로서 어쩔 수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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