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오른 카드사, 대학등록금 수수료면제 폐지

공무원 박모(55)씨는 최근 자녀들의 2학기 등록금 500여만원을 가까스로 납부한 후 한동안 시름에 빠졌다.

연봉이 4000여만원인 박씨는 목돈이 없어 1학기 때처럼 카드 납부를 하려 했지만 대학 창구에서 카드납부제도가 폐지됐다는 소리만 확인했다. 다급해진 박씨는 우선 마이너스 통장 대출한도를 늘려 일부를 융통하고, 연 4∼6%의 이자가 붙는 각종 학자금 융자를 이용해 겨우 '부모 구실'을 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일은 2학기부터 국내 카드사들이 대학생 등록금 납부에 따른 수수료 면제 혜택을 철회하면서 대학들이 줄줄이 카드납부제를 없애면서 비롯됐다.

대학 등록금 인상 폭은 '큰 걸음'인데 학부모들을 위한 납부방법은 '뒷걸음'인 것이다.

21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국내 카드사들이 적자 등을 이유로 등록금 카드 납부시 수수료 면제 계약을 파기한다고 각 대학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고, 대학들이 덩달아 등록금을 카드로 받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다.

카드사의 파기 통보에 목원대와 건양대, 우송대 등 카드납부제를 실시하던 대학들은 2학기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폐지했고, 배재대 등 2학기부터 카드납부제 도입을 검토하던 대학들도 이를 철회했다.

대학측은 학기 초 등록금 조정시 1∼2%대에 목숨을 거는 마당에 현행 등록금의 1.5%에 달하는 카드 수수료 부담까지 떠안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자녀 1명당 150만∼300만원대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야 할 학부모들은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박씨는 "해가 바뀔 때마다 등록금은 인상되고, 납부방법이라도 부모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주면 좋겠지만 아예 외면하는 것 같다"며 중년에 닥친 빠듯한 생활고에 불만을 털어 놨다.

대학 관계자는 "카드납부 중단에 따른 학부모 불편을 덜기 위해 정부지원 학자금 융자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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