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보람있게

"선생님, 저 종완이 엄마예요. 요즘도 바쁘세요?"

아, 얼마나 반가운 전화인가! 발령 받아 첫 해에 가르친 아이의 엄마였다. 유난히 밝고 명랑했던 종완이. 5학년 때 담임을 맡았는데 녀석이 어느새 중학교 3학년이란다.

"종완이 동생, 종혁이가 이제 6학년이에요. 재작년에 도서관에서 선생님께 글쓰기교실 수업을 들었죠. 그 뒤로 상을 받으면 모두 글짓기상이네요. 요즘도 글을 쓰려면 그 때 받은 글쓰기교실 책을 먼저 펼쳐 들어요."

종완이 소식도 반가웠지만, 글솜씨가 부쩍 늘었다는 종혁이 소식도 가슴 설레게 좋았다.

방학이면 1주일씩 열리는 글쓰기교실은 낯선 아이들로 붐볐다. 학년도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하고, 학교도 모두 달랐다. 인사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 일정을 진행해 나갔다. 그래도 아이들은 금세 친해져서 웃음소리가 커졌다.

1주일을 공부하는 동안 어떤 아이들은 실력이 눈에 띄게 늘어 내 가슴을 뿌듯하게 해 주었지만, 어떤 아이들은 단지 글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글쓰는 것을 쉽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그쳐야 했다. 그리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학급 아이들과 달리 잠깐 만나는 아이들이기에 마음이 급해 '이렇게 가르치면 글쓰기가 늘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종혁이 어머니처럼 어쩌다 걸려 오는 감사의 전화는 나를 설레게 한다.

아마도 종혁이는 글쓰는 재주가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방학 동안 글쓰기교실을 찾은 덕분에 스스로 자신감을 얻었고, 재능을 찾은 것이다. 방학 때마다 자신의 숨은 재능을 하나씩 찾고, 자기가 좋아할 만한 일들을 한가지씩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내 조카는 지난 월요일부터 대전학생교육문화원에서 열리는 일기쓰기교실에 참가하고 있다. 처음엔 바쁜데 또 다른 할 일이 생겼다더니, 오늘은 앞자리에 앉아야 한다며 일찍 집을 나섰단다. 경험하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할 기쁨을 맛보는 조카는 오늘도 즐거울 것이다.

이렇게 올 여름에도 도서관마다 각종 행사로 바쁘다. 아이들 모두가 말하듯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쉽게 표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글쓰기교실을 권하지만, 어디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글뿐이랴.

이제 얼마 안 남았지만 방학을 조금 더 즐겁고, 보람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한번 더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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