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바람? 당당한 욕망!

'문제의 감독'과 '문제의 영화배우'가 만났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눈물'을 통해 관객들에게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임상수 감독이 작년 한 해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을 비롯한롯해 청룡영화상, MBC영화상, 춘사영화제, 영평상, 여성영화제, 디렉터스 컷 등 거의 모든 국내 영화상을 휩쓴 여배우 문소리와 호흡을 맞춰 또 하나의 문제의 작품을 만들었다.

'바람난 가족'이 바로 그 영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영화에서 '바람'은 윤리 도덕에 반하는 불륜으로 다루어져 왔다. 가부장적인 가족 질서 안에서 바람은 가족 해체의 주범이며 당사자는 죄인 취급을 받았다. 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불륜 소재의 몇몇 영화에서 진일보한 여성관, 가치관 등을 내보이긴 했지만, 불륜영화를 내세워 여성의 성적 판타지 묘사에 더 치중하거나, 심하게는 전통적 가치관으로 불륜이나 외도를 단죄하는 퇴행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의 영화 '바람난 가족'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바람난 사람들이 오히려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도발적인 역설을 담고 있다.

아내와는 못하는 과감한 요구와 행동을 애인과의 섹스에서 해소하며 일상의 탈출구를 찾는 남편, 남편과의 관계보다는 애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아내, 평생 자신에게 짐이 되었던 남편이 죽은 후 애인과 드디어 진짜 인생을 시작하는 예순의 시어머니, 그런 시어머니를 응원하는 며느리.

그들의 모습은 겉보기에는 파국에 이를 것이 뻔한 '콩가루 집안'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들 각각에게 바람은 지루한 일상을 지탱해 주는 생활의 힘이며, 때로는 그 일상을 벗어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내용으로 이 영화는 만들어졌다.

'바람난 가족'의 가장인 영작은 돈 안되는 일도 마다 않고 올바른 일을 도맡아 하는, 비교적 정의로운 30대 변호사다. 그의 아내 호정은 전직 무용수였지만 현재는 동네 무용학원에서 춤추는 것이 전부인 30대 주부다. 모범적인 변호사이자 가장이 되기를 희망하는 영작과 평범한 삶에 질린 호정 부부, 그리고 입양한 7살 아들 수인, 이렇게 셋이 한가족이다.

영작은 겉보기론 바람직하기 이를 데 없는 남편이지만 호정은 그와의 섹스에서 더 이상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데 남편은 맘도 몸도 변하는 것 아니냐고 일축해 버린다.

영작은 나이 어린 애인, 연과 바람이 났다. 그러나 나이만 어릴 뿐 그들의 관계에서 그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위에 있다.
그들은 섹스하면서 모든 요구를 솔직히 이야기하고, 받아들이고, 실행한다.

부창부수, 장군멍군이라 했던가. 영작이 나이 어린 애인과 바람을 피우는 사이 아내 호정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옆집 고등학생과 바람이 났다. 쬐그만 게 언제부턴가 끈끈한 눈길을 보내더니, 급기야는 자기가 미국 유학가기 전까지 찐하게 연애 한번 하자고 노골적으로 제안을 한다. 성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으로 가득찬 열일곱살 소년의 맹랑한 대시가 호정을 제법 자극해 그녀는 어린 아마추어에게 한 수 가르쳐 주기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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