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으로 떠나는 추억여행

▲ <우희철 기자>

일찍 찾아온 추위,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잎들이 여기저기 흩날리며 도시를 온통 갈색 가을빛으로 물들여 놓고 있다. 쏟아진 낙엽을 사각사각 밟으며 지난 추억을 더듬고 싶어지는 이 가을의 끝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자.

쓸쓸한 가을 산과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 변산반도에서는 지금 떠나가는 가을과 다가오는 겨울이 만나고 있다.

옛부터 능가산, 영주산, 봉래산 등으로 불려 온 십승지지의 하나인 변산은 산과 바다와 기름진 평야가 조화를 이뤄 가는 곳마다 절경을 자랑하는 땅.

변산에는 주봉인 의상봉과 마천대, 낙조대, 망포대의 절경과 봉래구곡과 가마소계곡, 지포계곡, 그리고 유서깊은 내소사, 개암사 등이 변산의 으뜸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변산해수욕장, 하섬, 채석강, 적벽강, 모항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절경으로 손꼽히고 있다.

?????? 내소사 전나무 숲 '탄성 절로'

변산의 절경은 부안에서 해안도로로 접어들면서부터 다가온다.
잘 닦여진 해안도로를 따라 바지락 캐는 아낙들을 뒤로 한 채 새만금 전시관을 지나 격포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의 차이가 완만해 여름이면 가족단위 피서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비는 변산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이제는 피서객들이 모두 떠난 쓸쓸한 해수욕장이지만 아직도 다정한 연인들은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이곳을 속속 찾고 있다.

변산해수욕장을 빠져 나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옆으로 끼고 다시 격포항 방향으로 오르면 채석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채석강은 격포항이 있는 오른쪽 산봉우리 아래 마치 수만권의 책을 쌓아올린 듯한 모습으로, 거세게 핥아 오르는 파도를 온몸으로 막아 선 채 당당한 위풍을 자랑하고 있다."아!" 자연의 신비감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채석강은 당나라의 이태백이 놀았다는 채석강과 흡사해 이름이 붙여졌으며 최근에는 빼어난 경관으로 전국 사진촬영대회나 영화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 채석강에선 '이태백 詩'가 술술

자연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채석강을 구경한 후 잠시 해안도로를 벗어나 도청리 방향으로 들어서면 금구원 조각공원이 보인다.

금구원 조각공원에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한국 여인의 독특한 이미지가 담긴 30여점의 작품들이 자연과 한 덩어리로 전시돼 있다. 때문에 변산해수욕장과 채석강의 신비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잠시 숨을 돌린 후 다시 해안도로를 타면 오래지 않아 울창한 소나무 숲을 끼고 있는 아담한 모항해수욕장에 접어들게 된다.

모항해수욕장 역시 여름이면 많은 피서인파로 한 차례 몸살을 앓곤 하지만 피서객들이 자취를 감춘 요즘도 관광객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모항해수욕장 뒤편에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갑남산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갑남산 아래에 호랑가시나무가 군락을 이룬 광경이 제법 볼 만하기 때문이다.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호랑가시나무 꽃은 4∼5월경에 피지만 열매는 겨울까지 붉은색으로 맺혀 있어 늦가을쯤에 이곳을 찾는다 해도 붉게 물든 호랑가시나무의호랑나무 군락지를 지나서 다시 해안도로를 타면 해안도로의 끝을 만날 수 있지만 그 전에 꼭 한번 들를 곳이 있다. 진서면 석포리의 내소사.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혜구두타가 이곳에 절을 세워 큰 절을 대소래사, 작은 절을 소소래사라고 했다는 내소사에는 지금 향긋한 솔내음이 온통 산을 뒤덮고 있다.

내소사로 접어드는 길목의 전나무와 소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진한 솔내음이 일년내 묵은 스트레스를 훌훌 날려 줄 것 같다. 정말 그렇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