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배려 큰 기쁨

"출발!", "와!"

아이들은 교관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함성과 함께 힘차게 노를 저으며 앞으로 달려간다. 보트 열두 척은 아이들의 구령 소리를 엔진 삼아 조금씩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오합지졸 신병들이 전진하지 못하고 서로 엉켜서 난리다. 다그치는 교관선생님의 호통소리에 전열을 가다듬고 배는 조금씩 앞으로 나간다. 아이들은 옷이 젖고 신발이 강물에 잠겨 물이 스며드는 줄도 모른 채 신나 있다. 배가 저 멀리 떠나가고 아이들의 난리 법석이 작게 느껴질 때, 윤 선생, 김 선생과 나는 얼굴을 마주보며 아이들의 들뜬 기분을 서로 나누었다.

그때 아이들이 떠난 조용한 자리에 남아 있는 두 아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표정 없이 아이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민이와 고개를 숙이고 바닥에 막대기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준이였다. 민이는 어렸을 때 심한 경기로 뇌손상을 입어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친구들과 선생님의 보살핌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준이는 소아마비로 신체가 부자연스러워 체육시간에는 늘 빠져 있어야 하는 아이였다.

윤 선생, 김 선생과 두 아이를 향해 눈길을 주고받은 후, 그들에게 다가갔다.

"얘들아, 선생님이 배 타고 싶은데 같이 갈래?"

민이는 늘 그래왔듯이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 말이 없다. 준이는 표정이 밝아지며 흔쾌히 좋다고 한다.

준이를 부축하여 배에 앉혔다. 민이가 배 타는 것에 놀랄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윤 선생이 조심스럽게 태웠다. 두 아이를 태운 배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니 준이는 신이 났다. 물이 튀어서 옷이 젖자 소리를 지르며 신나했다. 그러나 민이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윤 선생은 걱정이 되어 민이의 손을 잡고 안심시키느라 열심히 대화를 시도한다. 민이에게 재미를 느끼게 하려는 윤 선생의 노력과 준이와 김 선생, 내가 떠드는 소리는 강물 위에서 펼쳐진 작은 무도회였다.
훌륭한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선원 다섯 명은 배를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시켜 놓고 뭍으로 내렸다.

항해를 마친 우리들은 물에 젖은 신발을 손에 들고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강둑을 따라 걸었다. 마중나온 담임선생님에게 쉴 새 없이 자랑하는 준이가 앞에 있고, 손을 꼭 잡으시고 민이에게 말을 시키시는 윤 선생이 뒤따라온다. 간혹 민이의 짧고 단순한 대답이 뒤에서 들려오기도 한다. 민이를 향한 소리 없는 외침이 아닌 메아리를 듣는 것이 소원이라며 농담을 하신 윤 선생의 소원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신이 나서 쉴 새 없이 자랑하면서 걸어가는 준이와 담임선생님의 행복한 대화를 들으면서 김 선생과 나는 말없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함께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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