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교육 일궈내는 선봉장

스승다운 스승이 드물고 제자다운 제자가 많지 않다고 한다.

참된 스승은 가슴에 사랑이 있어야 하고, 부단한 노력과 인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26년째 충남도 내 학교를 오가며, 말없이 참스승상을 일구는 예산 신양초 박흥진(朴興鎭·49) 교사는 창의적인 교육 연구 활동으로 학생 지도와 직원들을 한 가족처럼 화목한 분위기로 이끄는 친화력을 지니고 있다.

교직 26년간 변색됨이 없는 교육관은 자존심이자 젊음을 바쳐 일군 자랑이다. 수많은 세월 동안 아이들을 가슴으로 보듬은 뒷바라지 인생, 돈독한 사제지정(師弟之情)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박 교사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수박 주산지로 유명한 예산읍에서 12㎞ 떨어진 신양초등학교다. 77년의 역사를 가진 이 학교와 박 교사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99년으로, 올해는 1976년 강릉교대를 졸업한 박 교사가 초임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지 20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농촌 학교인데도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남 못지않습니다. 학교 행사라면 일손 놓고 달려드는 학부모와 때묻지 않은 학생들, 77년 교정 역사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최고의 교육 환경이라고 자부합니다."

박 교사는 이곳에 부임한 후 4년째 교무부장이다. 제자 사랑과 동료 교사간 화합에 적임자란 평가가 내리 교무부장 자리를 도맡게 했다.

이런 그에게 학생들에게 쉬운 학습법 개발은 전문 분야가 됐다.

결실은 바로 뒤따랐다. 학교교육과정 운영실적 심사에서 3년 연속 도교육감상을 거머쥐었다. 학교교육과정이 짜임이 있고,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으로 실적이 우수하다는 평가였다.

"교사에게 수업은 생명입니다. 짜임새 있는 수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을 잘 알아야 합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무엇이 고민인지, 일대일 상담도 서로에게 신뢰감이 쌓였을 때 비로소 교육은 교실에서 이뤄집니다."

박 교사와 학생들간의 알콩달콩 사랑은 '그들만의 글'로 이어졌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모두가 참여하는 문집을 만들었다. 글솜씨가 좋고 나쁨을 떠나 하나하나 정성된 글을 담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첩경이 됐다.

"초등학생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제각각입니다. 문집은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알리고 남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일산 이수정'이라 이름 지어진 학교 문집은 도 초등학교 문집만들기 대회에서 2년 연속 교육감상과 전국대회 출품의 영광을 안았다.

서로를 이해하는 밑바탕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어졌고, 효(孝)로 승화됐다. 시대가 변해도 결코 변해서는 안될 인간의 도리가 바로 효라는 것이 박 교사의 고집이었다. 농촌지역은 조부, 조모와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대도시 가정들이 버릇없는 학생들로 고심을 하고 있는 것처럼 농촌지역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고민의 대상이긴 마찬가지다.

"가정의 가장 근본은 효입니다. 어른을 공경하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서로 있어야 화목한 가정이 유지되고 무엇보다 중요한 산교육이 됩니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하찮은 일에도 투정을 부리는 등 이기적인 경향이 많아요. 한 가족이 어우러지는 효 교육 프로그램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됐죠."

박 교사의 '효실천 대상제'는 그런 과정을 통해 나온 역작.

"지난해 효실천 대상을 수상한 학생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위암 수술을 하신 할머니와 같은 방에서 자면서 병수발을 한 학생이었습니다. 웬만한 어른들도 꺼릴 일들을 혼자 도맡아서 해냈습니다. 이런 사실이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에까지 널리 알려져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효실천 대상제가 학생들에게 효행상, 예의상, 선행상, 봉사상, 우애상, 친절상 등 6개 분야로 나누어 효를 장려한다면 학부모들에게는 효자상, 효부상, 장한어머니, 장한아버지 그리고 모범 가족상을 주위 주민들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결손아를 키우고 있는 할머니들께 상장과 푸짐한 상품을 드렸다.생전 처음 받는 상장에 손사래를 치던 할머니는 상을 받던 날 북받쳤던 한(恨)을 눈물로 털어냈다.

박 교사는 요즘 초등 멀티미디어 연구회 활동에 여념이 없다. 매주 월요일이면 16명 회원이 컴퓨터실에 모여 학생들을 위한 교수법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하늘의 이치를 안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새로 시작한 세상살이 공부다.

"교사는 부단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명예스런 자리이면서도 인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필요합니다. 교실과 지역에 힘을 주는 학교, 제가 바라는 꿈입니다."

영원히 참된 교사로 제자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는 박 교사, 그의 뒷바리지 인생은 오늘도 교단에서 학생들의 꿈과 함께 영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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