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원(杏園)의 꿈

간간하고 짭조름한 바다 냄새에 잠을 깨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과 아침 이슬 맞은 싱그러운 자연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작고 아담한 학교는 사랑이 있는 우리들의 학교이다.

이곳에서 4년째 있으면서 길 양쪽으로 펼쳐진 은행나무숲을 사랑했다. 행원(杏園)을 지나 출근할 때면 언제나 변함없이 자연이 주는 행운을 예감한다.

우리 학교의 분위기는 자연을 닮아서 그런지 무척이나 따스하고 가족적이다. 규모가 작아서 전교생을 다 알고 지내며, 학년이 올라가도 같은 친구들과 변함없이 한 학년을 시작한다. 친구들의 우정도 돈독하고 서로를 아끼며 따른다.

가족적인 분위기는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교장 선생님까지도 마찬가지이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여 화목한 직원 분위기를 조성하시는 교장 선생님. 선생님들의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는 자상한 어머님 같은 교감선생님. 학생들을 마치 친자식처럼 아껴 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동료들. 세상에 어디 우리 학교 같은 곳이 있을까?

교실마다 피어나는 즐거운 웃음소리는 마치 가족들이 둘러앉아 아버지,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사랑으로 조언하고, 자녀들은 귀 기울여 들으며 서로 아끼는 아름다운 인간미 넘치는 광경을 보는 것 같다.

학생들 모두가 너무나 맑은 눈을 가지고 있다. 자연에 동화되어 살기에 그들의 눈은 자연을 닮았다. 맑은 눈에는 수많은 꿈들이 담겨 있다. 경험하지 못한 문화, 체험하지 못한 세계들은 책을 통해서 알아 간다. 학생들의 월 평균 독서량이 7권이 넘는다. 우리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여기지만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하면 대단한 양이다.
도서실에 학생들이 즐겨 읽을 수 있는 책들로 비치해 주었더니 도서실은 꿈을 키우는 요람이 되었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의 책상을 보면 교과서 아닌 다른 책이 꼭 한두 권씩은 올라와 있다. 안중근 의사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는데, 이들도 잠시라도 책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손이 부끄러워지는가. 그래서 그런지 독서분위기가 아주 좋다.

나는 우리 학교를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끔찍하게 사랑한다.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지만 바다보다 넓은 사랑이 있는 우리 학교, 가족처럼 느끼는 마음들이 있는 우리 학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까? 오늘도 자연에 동화되어 아름다운 꿈을 꾸는 것 같다. 들려오는 파도 소리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은 세상일에 찌들지 말라고 한다.

"내가 이곳을 떠나도 사랑하는 제자들이 늘 보석처럼 반짝이겠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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