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윤수 충남대학교 교수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와 함께 초·중등학교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쌓였던 심신의 피로를 풀기 위해 시원한 산수(山水)를 찾아 즐거운 피서를 떠나는 휴가철이 찾아왔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피서는 앞으로 2∼3주간 최대의 인파가 해수욕장과 유원지를 찾아 즐길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나 직장동료들과 함께 어떻게 여름휴가를 즐길 것인가를 계획하고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좁은 생활공간에 더해지는 무더운 여름 날씨는 생체리듬을 변화시켜 불쾌지수를 높이고, 이로 인한 심신의 피로는 스트레스를 유발시켜 활동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직장과 사회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떠난 피서가 자칫 짜증과 불미스런 일로 가득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피서는 나 혼자만이 아니라 우리 이웃 모두가 함께 즐거워야 한다. 그러므로 일상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면서 찌든 심신의 피로를 푸는 것이 진정한 휴양이요, 피서의 의미가 아닐까.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따르면 올 여름 휴가철 피서인파는 연인원 1억명으로 추산하고 있고, 이에 이용되는 차량 일일평균 예상교통량은 지난해보다 7.2% 증가한 301만9000대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매년 여름 휴가철만 되면 동해안이나 서해안 할 것 없이 피서지로 향하는 도로는 차량들로 뒤덮여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지치게 되고 또한 인산인해를 이룬 피서인파로 인해 즐거움보다는 짜증과 후회가 앞섰던 경험을 누구나 갖고 있지만 올해는 괜찮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또 다시 떠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피서문화는 변하지 않고 있다. 전국의 피서지와 유원지는 아직도 쓰레기 문제와 바가지 물가로 열병을 앓고 있다. 피서객이 찾는 유명한 산이나 계곡, 해수욕장 등은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고, 그 곳이 좋아 찾는 피서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왔다가 자기 살을 깎아 먹는 얄팍한 상혼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므로 너나할 것 없이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되가져 가는 습관을 들여야 하며, 특히 자녀와 함께 할 때는 현장교육의 기회로 삼아 부모가 자녀에게 솔선수범을 보여 자연스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가정과 일터에서 잠시 해방됐다는 잘못된 인식과 함께 무질서한 피서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버리고 나만 즐겁고 재미 있으면 된다는 이기주의에서 싹튼 발상이 아닐까. 우리는 이미 2002 월드컵에서 세계가 놀랄 정도의 질서의식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수십만의 인파가 광화문 네거리에 모여 응원하던 모습은 우리가 만든 질서정연한 모습이었지만 우리 스스로가 놀랐고 세계가 놀랐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면 서로 다투고 싸우며,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마련인데 이 때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수준 높은 질서의식으로 세계인에게 21세기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피서는 인간이 자연과의 만남으로 규격화되고 비인간적인 삶에 또 하나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하기도 하고 인간적인 삶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제 자연과 벗하면서 찌든 심신의 피로를 푸는 것이 진정한 휴양이요 휴가가 되기 때문에, 즐겁고 건전한 피서가 될 수 있는 바른 피서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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