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온병(溫病)에 저항력… 사스도 다스려

얼마 전 필자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자신의 어머니께서 장(腸)이 좋지 않은데, 장에 좋은 음식을 소개해 달라는 문의가 들어온 적이 있다. 필자는 주저하지 않고 잘 익은 김치가 장에 좋다고 댓글을 올렸다. 그러자 좀 더 그럴싸한 건강식품을 소개받기를 기대했다가 실망했다는 듯한 댓글이 다시 올라온 적이 있다.

최근에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국 김치의 열풍이 대단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김치가 사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홍콩에서 한의원을 경영하는 어느 원장님이 한의사들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봐도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는 김치와 한국 식당들이 사스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김치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나라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비과학적이라는 반응, 전혀 근거가 없다는 반응 등…. 특히 저명한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는 표현 말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나라의 김치처럼 매운 맛을 가지면서, 시원한 성질을 유지하는 음식은 온병(溫病)을 치료하는 기본원칙인 신량해표(辛凉解表)의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아울러 신김치가 가진 신맛은 고표(固表)작용을 겸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표란 외부의 사기(邪氣)를 방어하는 위기(衛氣)를 튼튼하게 해 준다는 의미이다. 성분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한의학적인 기미(氣味)이론을 가지고 살펴 본다면 분명 김치를 평소에 많이 먹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외부 사기에 대한 저항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따라서 일종의 온병의 범주에 속하는 사스의 경우에도 김치를 많이 먹어 왔던 사람들은 분명히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는 저항력이 강할 것이란 유추를 해 볼 수 있는 것이다.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김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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