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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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酒池肉林(44)

"쇤네가 어른 가서 부개보고 싸움을 말리라고 할깝쇼?"

갑동이는 주인 이병정의 대답도 듣지 않고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갔다.

조금 지나 갑동이가 되돌아왔다.

"안 되겠는뎁쇼. 쇤네가 이웃집에 점잖으신 동지 영감마님께서 묵고 계신데 이렇게 소란을 떨어서 되겠느냐고, 부개보고 여편네들 싸움을 어른 뜯어말리라고 하니까, 부개가 대뜸 삿대질을 하면서 동지 영감 따위가 무슨 권리로 송파 산대(山臺)놀이보다 더 재밌는 싸움판을 깨라 마라 하느냐며 코똥만 뀝니다요."

"어허, 저런 발칙한 놈이 다 있나! 무엇이 어째? 동지 영감 따위? 가만있거라, 그 방자한 놈을 어쩐다?"

"동지 영감마님께서 참으십쇼. 그 부개란 자가 알고 보니 장소용마마 댁의 장무(掌務)라고 하옵니다요."

"장소용마마 댁의 장무라니?"

"소문도 못 들으셨습니까요. 동지 영감마님께서 장소용마마를 모르시다니."

동지중추부사 이병정의 왕의 총희로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장녹수를 모를 리가 없었다.

'장녹수가 그랬다네 천하의 부모들아

아들 낳지 말고 딸 낳으소 그랬다네.'

아이들의 입을 통해 이런 동요가 유행할 정도로 장녹수는 유명한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왜 장소용을 모르겠느냐마는 장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구나."

"쇤네도 들은 풍월입니다마는 장무라는 것은 쇤네 같은 천인이지만 상감마마께서 장소용마마 댁에 보낸 사신(使臣)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는데 함부로 건드리면 큰코다친다고 하옵니다."

"도대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구나. 내가 점잖은 체면에 못 갈 데를 가는 것인지 모르지만 네가 앞장서 인도해라. 내가 가서 그 부개란 놈을 단단히 훈계를 해 주어야 겠다."

이병정은 부개란 자가 천인 신분으로 종이품 동지중추부사인 자기를 가리켜 동지 따위 어쩌고 하였다는 말에 분개하여 툭툭 털고 일어서 밖으로 나왔다. 갑동이는 디딤돌 위에 안쪽을 향해 나란히 벗어 놓은 이병정의 태사신을 어른 바깥쪽으로 돌려 놓고 굽실거렸다.

"동지 영감마님! 안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요."

"재상을 능멸하는 천인 놈을 가만 놔두란 말이냐? 안된다! 어서 앞장서거라!"

이병정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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