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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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酒池肉林(43)

"이년이 남의 서방을 후려서 붙어먹고 큰소리치는 것 봐라? 이런 화냥년은 동네에 조리를 돌려서 톡톡히 우세를 시켜야 버릇을 고치지. 이리 따라와, 이년아!"

"아이고머니! 이년이 내 머리 다 뽑는다!"

"엄살떨지 말고 따라와, 이년아!"

"이 손 놔라, 이년아!"

"네년이 먼저 놓기 전에는 못 놔!"

"오냐, 이년, 너 죽고 나 죽자!"

두 아낙이 서로 머리끄덩이를 꺼두르며 죽을 둥 살 둥 악쓰는 소리가 온 동네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 이병정(李秉正)이 수진방의 어느 인가에 잠시 묵고 있던 중 담 너머로 그 소란스러운 싸움 소리를 들었다.

"얘야, 갑동아!"

이병정이 데리고 다니는 구종을 불렀다.

골목 밖으로 싸움 구경을 하러 나갔던 갑동이가 뛰어왔다. 허우대가 우람하고 우악스럽게 생긴 녀석이었다.

"밖이 왜 저리 소란하냐?"

"예, 이웃집 아낙들이 싸움이 붙어서 볼만한뎁쇼. 헤헤."

"이 녀석아, 이웃간에 서로 사이 좋게 지내야지 싸우는 게 뭣이 좋아서 헤헤야, 헤헤가?"

상전이 꾸짖자 갑동이는 목을 움츠리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허지만 서로 서방질을 했느니 안 했느니 하고 싸우는 것이 재미 있는뎁쇼."

"이 녀석아, 어서 가서 싸움 뜯어말리지 못하냐?"

"남녀가 유별한데 아낙들 싸움에 쇤네가 어떻게 말립니까요?"

"그렇구나 참. 욕하며 싸우는 소리가 여기서도 다 들리는데, 하천민(下賤民) 계집들끼리 싸움이 붙은 모양이지. 서방이란 자들이 팔짱 끼고 서서 구경만 하느냐, 본체 만체 하는 게냐?"

"예, 아지(阿之)라고 하는 계집은 서방이 있고, 또 한 계집은 되모시라고 하는 뎁쇼."

"되모시라니?"

"예, 이혼하고 처녀 행세를 하는 계집을 되모시라고 안 합니까요. 아지의 서방 되는 부개(夫介)라는 자가 지 각시하고 되모시를 싸움을 붙여 놓고 재미있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서서 킬킬거리며 구경을 하고 있는 꼴이 가관입니다요."

"어허, 저런 고얀 놈이 있나! 아무리 천인이라도 이웃집에 점잖은 동지 양반이 묵고 있다는 것을 알면 조용히 해야지 계집들을 싸움을 붙여 놓고 구경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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