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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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酒池肉林(42)

녹수는 왕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듯이 왕에게 다가앉아 몸을 기대고 아양을 떨며 말하였다.

"전하, 그자들에게 벼슬 이름 비슷한 명칭을 붙여 주면 사람들이 무시하지 못하고 무서워할 것 같사옵니다. 벼슬은 아니 주셔도 좋사오니 벼슬 이름 같은 명칭을 지어 주시면 좋겠사옵니다."

"네가 나를 웃기는구나. 하하하하… 관노 출신 사노(私奴)들에게 관명(官名) 같은 칭호를 붙여 달라는 소리 아니냐?"

"이를테면 그런 청이옵지요."

녹수는 그게 무엇이 그리 우습냐는 듯이 빤히 왕을 쳐다보았다. 무지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속셈이 있었다.

"신첩이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오니 전하께서 지어 주시면 안 되옵니까?"

생떼 같은 수작이었다.

"하하하, 좋다! 가만있거라. 임금이 끔찍히 총애하는 장소용의 재산을 관리하는 자에게 관명이 아니되 관명 같은 명칭을 붙여 달라? 으음, 생각났다! 장무(掌務)라고 하면 어떨꼬?"

"예? 장무요?"

"음, 장무가 좋을 것 같다. 각 관아의 장관 밑에서 직접 사무를 주관하는 벼슬아치를 장무관(掌務官)이라고 부르는데, '관' 자를 떼어버리고 장무라고 해도 벼슬 이름 같아서 좋을 것 같다."

왕은 자기가 생각해도 그럴듯한 작명(作名)이라는 듯이 만족해 하였다.

"장무, 장무. 그것 참 그럴듯한 벼슬 이름 같다. 그러면 전하께서 지어 주신대로 장무라고 해야겠네!"

녹수는 좋아서 입이 크게 벌어졌다. 그것도 하나의 간교한 술책이었다. 장무가 벼슬 이름이 아니면서 벼슬 이름 같고 왕이 지어 준 것이므로 종들에게 마치 왕이 벼슬이라도 내린 것처럼 행세하며 세력을 부리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말썽은 의외로 도처에서 일어났다.

어느 날, 수진방(壽進坊) 어느 인가의 넓은 마당 가운데서 두 아낙이 서로 머리끄덩이를 꺼두르며 너 죽고 나 죽자며 엉겨붙어 온 동네가 들썩하도록 개사움 같은 싸움판이 벌어졌다. 구경꾼들이 모여들어 담을 쌓았다.

"야 이년아! 네년이 꼬리를 치지 않았으면 우리 서방이 네년 방에 뭣하러 들어갔다 나왔단 말이냐, 엉?"

"아이고 분해! 내가 분해서 못 살아! 이년 말하는 것 좀 보소? 내가 개냐, 꼬리를 치게? 이년이 제년 눈으로 본 듯이 생사람 잡네, 생사람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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