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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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酒池肉林(41)

왕은 자기의 부도한 음행을 폭로하려고 시도한 언문익명서 사건을 해결한 것은 녹수의 공이라 생각하여 관노비 열세 명의 노비문서를 상으로 내려 주었다.

녹수에 대한 왕의 총애는 날로 더하였다.

녹수의 세력은 날로 커지고 그녀의 노비들까지 조정의 재상쯤은 우습게 여기는 들때밑으로 횡행(橫行)하는 세상이 되었다.

녹수가 왕을 농락하면서 불과 수년 사이에 우려낸 재산은 궁전 같은 저택을 비롯하여 금은보화와 포곡, 전장(田莊), 노비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몸이 궁중에 매여 있는 녹수는 자기 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정확히 몰라 주먹구구로 헤아리고, 친정언니 복수와 형부 김효손 부부에게 전 재산을 신탁하였으나 그 많은 재산 때문에 오히려 걱정이었다.

"전하께서 신첩에게 하사하신 재물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데, 도둑이나 맞지 않을까, 세력 있는 사람들이 강제로 뺏지나 않을까 밤낮으로 걱정이옵니다."

녹수는 어느 날 왕과 함께 단둘이 있는 자리에서 새삼스럽게 재산이 축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말을 꺼냈다.

"허허, 누가 누구에게 준 재물인데 감히 어느 어떤 도둑이 훔쳐 가며 어떤 세력자가 탈취한단 말인고?"

"그래도 나라에서 벼슬아치를 보내 지키게 하여 주시면 안심할 수 있겠는데, 아무 권력도 없는 형부와 언니가 지키고 있으니 마음을 놓을 수가 없사옵니다."

"네가 참 맹랑한 말을 하는구나. 사유 재산을 나라에서 임명한 관리로 하여금 지키게 하는 법이라도 만들라는 말이냐?"

왕은 어이없다는 듯 실소하였다. 녹수의 청이라면 어떤 무리를 해서라도 들어주던 왕이 그것만은 안된다고 난색이었다.

"신첩 혼자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옵지, 전하께 그런 법을 만들어 주옵시오 하고 청 쫍는 것이 아니옵니다."

영리한 녹수는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할 줄도 알았다.

"전하께서 이번에 신첩에게 하사하신 내수사 관노 중에 제법 똑똑한 자들이 있어서 관리만은 못하지만 재산을 지키고 불리게 할 수 있을 것도 같사옵니다."

"그거 좋지! 당구(堂拘) 삼년에 폐풍월(吠風月)이라고 했것다. 내수사라는 것이 대궐에서 쓰는 모든 일용품과 노비를 관장하는 관서인데, 알게 모르게 백성들에게 장리(長利)를 놓고 걷고 한다니, 내수사 관노라면 세상 물정에도 밝고 이재(理財)에도 수완이 있을 것이야. 하사받은 내수사 관노 중에서 영리한 놈들을 골라 맡기면 재산을 지키기도 하고 증식(增殖)도 하여 좋을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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