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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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酒池肉林(40)

왕은 갖가지로 머리를 짜내어 결국 자기가 사람을 많이 죽이고 귀양보낸 것과 유월에 우박을 내리는 등의 천변이 무관(無關)한 일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자기의 의견의 가부를 묻겠다며 대간을 부르라고 명하였다.

대사헌 민휘와 대사간 성세순이 대간을 거느리고 입궐하였다.

임금의 잘못을 간하는 막강한 언론의 힘과 자유를 가진 것이 소위 대간이지만 이미 빛을 잃은 성세(聲勢)였다.

입 한번 잘못 놀려 왕에게 밉보이는 날에는 끝장나는 것이다.

"전하, 옛 사람이 이르기를 우박은 기(氣)를 거스름에서 온다고 하였사오나 요즈음 중죄인을 많이 베고 귀양보낸 것은 각기 그 죄값에 마땅하거늘 어찌 이 때문에 재변이 있다고 하겠사옵니까."

대사헌 민휘가 머리를 조아리고 출반주(出班奏)를 하는데 왕이 듣고 싶어하는 말로 시작하였다.

"인군이 국정을 보살필 때는 본디 부지런하여야 할 것이오나 한더위에 굳이 무리를 하실 일이 아니오며 잦은 연회는 대비를 위하심이니 성효(誠孝)에서 나오신 것을 어찌 헛되이 재물을 써서 연락에 빠지신 것이라 하겠사옵니까."

왕은 고개를 끄떡이며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이 득의(得意)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인가를 철거한 일 또한 대궐에 가까이 있어서 철거되었으면 감히 원망할 수 없는 일이옵니다. 전하, 어제의 재이(災異)는 전하의 부덕 탓이 아니오니 조금도 개의치 마시오소서."

"대간은 각기 생각하는 바를 임금 앞에서 기탄없이 말하는 것이 소임인즉 누구든지 대사헌의 말에 이의가 있으면 말하오."

"……"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왕은 녹수가 쏘삭질을 한 대로 선수를 쳐서 승지와 대간의 입을 봉쇄하는 데 성공한 셈이었다.

"이의를 말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니 대사헌의 말이 대간의 대체적인 뜻인가 보구료. 신하가 임금을 정성으로 보필한다면 임금이 반드시 받아들이려니와 오늘날처럼 풍속이 아름답지 못하여 임금을 겉으로만 공경하는 척하고 실제로는 업신여겨서는 임금으로부터 배척을 당할 것이오. 경들은 앞으로 부덕한 과인을 정성으로 섬겨 재위하는 동안 대과가 없게 하여 주기 바라오."

왕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대간의 언로(言路)를 봉쇄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의기양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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