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시인 3인 시집 3권 출간

올 봄 지역 시인들의 왕성한 작품활동 속에 세상을 향한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절절한 노래들이 많이 나왔다.대전문협 선정 우수시집으로 선정된 조근호의 '달빛 밟기', 대전예술 신인상 수상기념으로 기획출판된 이영옥의 '당신의 등이 보인다', 회상·자아·사랑·그리움을 노래한 이영주의 '부사동 131-11'이 그것이다.

달빛 밟기 - 조근호

1984년 '시조문학'의 추천으로 문단에 오른 시인 청랑(淸浪) 조근호가 지난 5월 말 그의 3번째 시집 '달빛 밟기'를 출간했다.

조근호는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대건고와 공주교대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달빛 밟기' 외에 지난 91년 '겨울 엽서'와 98년 '그대의 강에 흐르는 갈채' 등 두 권의 시집을 이미 출간한 바 있다.

달빛 밟기 두번째 시 '몸살'은 그 형식 면에서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내용의 변화 역시 두드러진다. 작품에 사용된 시어와 거기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

28번째 시 '억새숲'에서 작가는 피멍처럼 가슴에 엉기듯 젖어드는 지난날의 가난 속에서도 소금꽃을 피우며 끈기 있게 살아 온 어머니에 대한 사모(思母)의 정을 진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달빛 밟기'는 우리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었던 구체적인 삶에 뿌리를 둔 고향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다. 시인 조근호는 알게 모르게 삶의 범전(範典)이 돼 가끔씩 인생살이를 돌아보게 하는 부모님의 말씀들이 나이가 들수록 가슴에 사무침을 억제치 못해 연작시로 쓴 것들이라고 한다.

작가는 책머리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의 시가 전개될지 나 또한 예측치 못하지만 시라는 것 자체가 변화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개인의 정서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볼 때,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써 나가겠다"고 말한다.

당신의 등이 보인다 - 이영옥

'다가서지 못하는 흔들림, 사랑이 아니라도 그만 그를 와락 안아 보고 싶다.'

시인 이영옥은 196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지난 88년 '오늘의 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한밭전국백일장(1990)에서 시부문 장원을 하고, 지난 93년에는 '사물놀이', '귀향', '연날리기' 등으로 해동문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했다.

세번째 시집 '당신의 등이 보인다'에서 그는 지난날의 회상 속으로 자신을 여행 떠나 보내고, 그 속에서 구름처럼 퍼지는 그리움을 잔잔한 운율로 표현하고 있다.

'수술실 입구에서'라는 시를 통해 이영옥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진솔하면서도 눈물겹게 표현하고 있다.

부사동 131-11 - 이영주

'이곳에선 처절했던 절망의 눈물이 무수한 꽃잎의 향기로 흩날린다.'

시집 제목에서 언뜻 보여지듯이 작가 이영주는 부사동 131-11번지에 살고 있다.

그 역시 순수문학을 통해 등단했고 현재 동시대, 풀 동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부 '드문드문 켜져 있는 불빛'에서 작가는 잊혀지고 있던 지난날의 한 귀퉁이에 서서 채워지지 않는 것에 대한 열병을 노래가 아닌 신음으로 표현했다.

이영주는 2부 '숨겨 놓은 섬 하나'에서 섬을 다가설 수 없는 그리움의 장소, 가슴섶에서 끄집어 내어 쓰다듬고 매만지며 잠드는 곳이라고 노래한다.

3부에서도 사랑을 섬과 마찬가지로 볼 수도 닿을 수도 없는 것이라 말하면서도 결국 세상이 싫어질 때 눈물 일렁이게 하는 그런 사랑 하나를 동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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