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불청객 비브리오 패혈증

▲ 여름철 건강의 숙적인 비브리오 패혈증은 치사율이 무려 40~60%에 이르기 때문에 저항력이 약한 만성질환자 등은 사전 예방이 필요하다. 박성규 을지대 교수가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최근 서해안을 중심으로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발생,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가 내려졌다.
그 시기가 대체로 6월 중순에서 하순 무렵이었던 예년에 비해 더위가 일찍 찾아온 올해는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도 조금 이른 편이라 할 수 있다.
여름철 건강의 최대 숙적인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해 알아본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는 6∼10월, 서남해 해안지방에서 주로 발생한다.

환자의 대부분은 40대 이상(88%)의 남자(94%)로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92%), 특히 간 질환이나 매일 다량의 술을 마시는 사람(70%)에서 잘 발병한다. 그 외 당뇨병, 악성종양, 위장질환 등의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에서도 발생하므로 이런 만성 질환 환자들은 어패류의 생식을 피해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의 발생 건수는 점점 감소 추세이나 한번 발생하면 치사율이 40∼60%인 무서운 식중독이다. 바닷물에 있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Vibrio. Vulnificus)'이 원인균으로 생선회, 굴, 낙지 등 날어패류를 먹는 경우에 발생한다.

▲살이 썩어 들어가는 무서운 질병

증상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은 후 16∼20시간 후 갑자기 오한, 발열, 의식 혼탁 등 전신증상으로 시작되며, 발병 36시간 이내에 팔 다리에 출혈, 수포형성 및 궤양 등이 나타난다.

이렇게 생긴 붉은 반점이 점차 썩어 들어가므로 목숨에 지장이 없다 하더라도 썩은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심할 경우 피부를 이식하거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피부 증상은 염증기, 수포기, 괴저기 등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초기인 염증기에는 갑자기 벌에 쏘인 것처럼 붉은 부종이 나타난다. 이는 비브리오 패혈증의 특징 중의 하나로 심한 통증이 동반되고, 주로 하지에 발생, 다리가 매우 아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위가 확산되고 통증이 사라지면서 수포, 부종, 출혈이 시작된다.(수포기)

병이 진행되면 혈성 수포도 나타나고 수포가 터져 궤양을 남기고, 쇼크와 함께 여러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괴저기) 일단 쇼크에 빠지면 대부분이 사망한다.

그러나 비브리오균이 원인이지만 단순한 장염에 그치는 경우도 있는데 균이 있는 어패류를 먹은 뒤 10∼18시간 이내에 급성 설사 증상이 나타나며, 상복부가 아프다. 대부분 2∼3일 지나면 회복되지만 설사가 심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름철 어패류는 반드시 익혀 먹어야

무엇보다 여름철에는 어패류를 날로 먹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생선회 등을 먹은 뒤 오한과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잠복기가 짧고 병의 진행이 빠르며,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방을 위해서는 첫째, 균이나 균독은 56도이상의 열을 가하면 파괴되기 때문에 어패류를 끓여 먹거나 구워 먹는다.

둘째,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6∼10월 사이에 어패류를 날 것으로 먹지 않아야 하며, 강 하구에서 낚시나 수영을 하지 않도록 한다.

셋째,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어패류를 생식 후 이상 증세가 있을 때는 즉시 병원을 찾는다.

또 조리하지 않은 해산물에 의해 이미 조리된 음식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남은 음식의 경우 반드시 냉장 보관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상처 난 피부가 해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해산물을 다룰 때는 장갑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비브리오 장염의 경우는 설사 등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을 주로 쓴다. 그러나 저항력이 약한 유아나 노인, 병약자들은 특별히 주의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설사나 구토로 인해 탈수현상이 심할 때는 물을 많이 먹거나 주사제 등으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도움말 주신분: 박성규 을지대 소화기내과 교수, 이계성 대전선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600자 고언>

▲박성규 교수
"매년 어김없이 발효되는 비브리오 패혈증 주의보에도 불구하고 매년 10∼2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이는 비브리오 패혈증이 음식뿐만이 아니라 피부에 상처가 난 상태에서 바닷물에 들어가도 감염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원래 있던 상처 부위나 벌레 물린 곳이 균에 오염된 바닷물에 접촉하거나, 어패류를 손질하다 다치거나 낚시 도중 고기에 찔린 상처를 통해 균이 침입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계성 과장
"비브리오 패혈증은 잠복기가 짧고 병의 진행이 빠르며 사망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생존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비브리오 패혈증의 일반적인 치료는 음성균의 패혈증 쇼크 치료에 준하지만 세포 용해소, 세포 외효소, 항생제 투여 후 균이 사멸될 때 방출되는 내독소에 의해 여러 가지 염증 매개체들이 방출돼 치사성 쇼크를 일으키므로 이에 대한 치료법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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