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주필

'6·10시위 전국 3831명 연행'

'시민·경찰 등 768명 부상'

1987년 6·10 민중항쟁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국 각 신문마다 이렇게 1면 톱 제목으로 처리했다. 박종철 군 고문치사(1월 14일) 사건으로 촉발된 6월 항쟁은 권위주의체제의 청산을 의미하는 6·29선언에 이어 결국 장기집권과 독재정치를 막기 위해 대통령 단임제와 대통령 권한 축소·국회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사회경제적 체제(87년 체제)의 현행 헌법(제9차 개헌)을 이끌어 냈다. 국민들이 시대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향후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역사적인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대적인 가치 외면 말라>

좀체 앞길이 열릴 것 같지 않았던 군사철권통치에 맞서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도 민주화라는 횃불을 높이 치켜 올렸던 당시 상황을 떠올린다. 그 민주화 과정엔 숱한 희생의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날로부터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 사이 적어도 형식상 민주주의는 크게 발전했는데도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다는 지적이 왜 나오는가. 정치가 그렇고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이 대다수 국민의 의중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기에 하는 말이다. 실질적인 민주화를 달성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민주화와 국민의 실질적인 삶과의 문제가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시점이다.

올해는 87년 체제 20주년이기도 하지만 오는 12월엔 대선을 치른다. 진보의 위기니, 보수의 위기니 여러 갈래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선거 때마다 그랬듯이 정치권의 일그러진 모습이 또 다시 극성을 부린다. 오로지 선거만을 의식한 철새 정치인·정당 만들기가 성행한다.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국민적인 지지기반을 갖춘 정당을 육성하기가 그리도 힘든 일인가. 정치개혁이란 말이 부끄럽다. 그 책임은 바로 우리의 열악한 정치 환경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정부-국회간의 알력도 마찬가지지만 청와대의 독선과 아집 역시 임기 말이 가까워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기자실 개혁을 둘러싼 청와대-언론간의 힘겨루기는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민주주의 가치나 명분을 잃은지 오래다. 각종 국정현안을 둘러싸고 참여정부 내내 조용한 날이 별로 없었다. 물론 정부가 앞장서서 국정 아젠다를 주도한 공적에 대해선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를 수렴·시행하는 절차상의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성의 시대에서 교조적인 민주주의 발상이 범하기 쉬운 오류를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분권?균형발전 계승돼야>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향후 지속가능한 국가비전을 창출하기 위해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정책을 정착시키기 위한 민간 부문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행정수도 건설, 공공기관 이전 및 혁신·기업도시 건설이 추진 중이나 아직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향후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지속·추진할 수 있는 시스템 확립이 절박한 과제다. 날로 공동화되고 있는 지방의 사정을 안다면 이를 방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선 주자들이 균형발전 정책을 공약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전국 지자체는 물론 학계, 시민사회단체,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87년 체제의 계승·발전은 궁극적으로는 바로 이런 데서 나오는 국민적인 공감대라고 본다. 향후 개헌 과정에서도 권력구조를 비롯해 지방의 가치를 재인식하도록 하는 개헌 의제 개발 전략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지방은 결코 수도권의 변두리에 머물지 않는다. 지역민들도 국가의 주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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