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핵심국정 아젠다는 누가 뭐래도 분권, 균형, 그리고 혁신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3대 전략이 구체화되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분권·분산·분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중앙의 정치적인 입맛에 의해 지방의 가치를 재단하게 마련이다. '알맹이 없는 지방자치' 구도에선 지역발전을 위한 혁신이나 국가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 지역 균형발전과 관련해서도 행정도시, 공공기관 이전, 지역혁신클러스터 구축 사업이 진행되고는 있으나 지역별로 홀대론이 터져 나오는 걸 보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한 것으로 느껴진다.

<균형발전론 요원하기만>

급기야는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엊그제 "충청권 홀대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중앙정부와 대선 주자, 지역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두루 문제 삼은 것이다. 산적한 충남 현안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도지사의 답답한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장항산단 착공을 비롯해 국방대의 논산유치, 행정도시 법적지위 문제가 충남도 의도대로 풀리지 않음에 따른 책임론을 본격 제기한 것으로 비쳐진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현안에 대해 정치적 생명을 걸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의 도민 심판론을 제기한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위험수위를 넘은 발언으로 성토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이래저래 충남 홀대론 파장을 보는 지역민들의 심정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이 지사의 열정은 높이 살만 하다. '강한 충남'을 모토로 민선 4기를 이끌면서 역동적인 면모를 보였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이론이 없다. 행정도시 건설 이후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아온 충청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 지사의 '홀대론'에 일정부분 타당성이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금융기관과 금융자산, 자금 운영의 수도권 집중은 부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의 불균형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성장잠재력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따름이다. 중앙에선 지방의 존재가치가 보이지 않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어떤 제도 확립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중앙관료는 물론 중앙언론 역시 중앙 집중적인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충청의 위기, 리더십의 위기>

그런 점에서 근본적인 책임은 중앙에 있는 게 맞지만 충남도의 전략적 접근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놓칠 수 없다. 자치단체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정치권 역량을 덧붙여 지역발전을 조기에 가시화하려는 시스템이 완비돼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한 까닭이다. 일례로 영·호남 국회의원들이 남해안균형발전법안과 동해안개발지원특별법안 등 4개 법률안을 연안권발전특별법안으로 통합 발의하는 과정에서 충남도나 지역 정치권은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의 역량을 미리 준비하는 마인드가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기에 하는 말이다. 언제까지 무대접론으로 날을 새울 것인가. 타·시도에는 배려하면서 우리 지역엔 왜 사업을 주지 않느냐며 역대 정부에 매달려 젖을 달라는 형국이었으니 참으로 안쓰럽다.

이젠 누구만을 탓할 때가 아니다.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려면 차별화된 성장동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과 다른 지자체와의 정책 협의 등을 통해 사안을 풀어가려는 협상 자세도 긴요한 덕목이다. 그토록 충청권발전특별법 제정을 대전, 충남북 3개 광역 지자체가 협의해놓고도 이를 완결 짓지 못할 정도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오늘날 충청의 위기는 바로 지역 리더십의 문제로 귀결된다. 진지한 내부 성찰론부터 나오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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