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주필

4·25 재보선 구도에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선거일이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선거공조'라는 명분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탓이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오는 12월 대선의 징검다리로 이번 선거를 재단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는 합종연횡식 시나리오만이 판치면서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 어디서도 예측가능한 정치의 도덕성은 찾을 수가 없다.

<대선에 정신 팔린 기회주의 발상>

지금까지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선거 공조는 연합공천이나 선거 연대 형태를 띨 것이라고 한다. 특정지역에서 공천을 아예 포기하거나 또는 한 후보를 연합으로 밀어주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정당정치의 본령이 실종 된지 오래다. 오로지 대권을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기회주의 발상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해묵은 지역주의 망령을 되살려 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정도다. 예나 지금이나 한 치도 달라지지 않은 후진적인 정치 행태가 온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미 그럴만한 구도는 그려져 있다. 민주당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에게 전남 무안·신안 보궐선거 후보로 전략공천을 함으로써 지역정치 고착화와 더불어 DJ 사당(私黨)화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력을 검증 받을 기회도 없었던 그는 비리에 연루돼 복역하다 2005년 8월 사면복권 된 만큼 근신을 하고 있어야 마땅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YS의 차남인 현철씨의 연관설을 떠 올리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그 아들들이 일부 정치세력과 합세하여 정치권 전면에 나서려는 발상, 그리고 이를 대선정국의 또 다른 변수로 활용하려는 구시대적인 정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충청권 연합공천설은 범여권의 '열린우리당+통합신당모임+민주당+국민중심당'과 한나라당의 '한나라당+국민중심당'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할 수 있다. 범여권 일각에서 대전 서을은 국민중심당, 경기 화성은 열린우리당, 전남 신안·무안은 민주당이 차지하는 황금구도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역감정을 고려한 안배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당의 정체성은 뒷전인 채 12월 대선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그것은 '충청권 껴안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대전 서을의 경우 국민중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심대평 대표가 여러 정파와의 선거 연대에 대해 몇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오히려 그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그것은 신국환 공동대표가 열린우리당 수뇌부와 연합공천 합의 사실을 발표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불확실한 정치역학구도 속에서 이중 플레이를 하면서 과실을 챙기려한다는 의혹이 그래서 나온다.

"충청민심을 잡아야 대권이 보인다."는 대선 주자들의 발언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그런 마당에 대선이 3김의 영향력 부활과 더불어 지역구도로 치러질 조짐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 역대 선거에서도 그랬듯이 영남, 호남권으로 대선 구도가 잡혀지면 충청권 역시 그 와중에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일쑤였다.?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우리 고장 시인 신동엽이 문득 그리워진다.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 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거짓으로 가득찬 4월의 아픔을 더 이상 이어 갈 것인가. 이젠 야합의 계산법은 종언을 고해야 한다. 민주적인 정당이라면 정권 창출을 위해 공직선거에서 검증 절차를 거쳐 후보를 당당하게 내놓고 유권자 심판을 받는 게 원칙이다. 재보선 선거에서 각 당의 행태를 견주어 국민들이 표로 심판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선거는 모름지기 공정한 원칙을 지켜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 던지는 절박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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