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올해 최대 화두는 단연 '차기 대통령 찾기'에 모아진다. 새해벽두부터 잠룡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을 끈다. 한나라당에선 빅3 후보군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판도를 보자면 그나마 범여권의 후보로 명맥을 이어오던 고 건 전 총리의 정치포기 선언 파장과 맞물려 혼돈 그 자체다.

국민적인 열망 그 향방은

급기야는 노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들고 나서자 한나라당은 애초부터 이를 외면하더니 바다이야기와 제이유사건 등 이른바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제 도입을 공개 제안하고 나섰다. 여권의 개헌정국 조성과 이로 인한 대선 판도 흔들기를 차단하면서 정국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한나라당의 맞불작전이 쉽게 읽혀진다. 이래저래 올해 정국도 불확실성의 연속선상에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인 열망이 어디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다.

노무현 대통령의 걸러지지 않은 언행이 새해 들어서도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보수언론과의 불편한 관계가 점입가경이다. 일부 언론의 정파적 또는 적대적 보도 내용에 대한 불만 제기 차원이라지만 언론을 공개적으로 '불량 상품'에 비유하는 게 사안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에서 '인지(認知)의 부조화(不調和) 현상'을 드러내 준다. 참여정부의 지난 4년간 쌓인 실정(失政)과 무력만이 부각되고 있는 그 책임을 언론에 돌리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결국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덧씌워지면서 현직 대통령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언제부턴가 대통령이 어떤 국가적 의제를 들고 나오기만 하면 모조리 생채기를 내고야 마는 풍토가 일반화되고 있다. 국민 스스로 대통령을 조롱거리로 삼는 일에 휩싸인다는 그 자체가 민망스러울 지경이다. 물론 탈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라고는 하나 대통령 해먹기가 그만큼 힘들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소통구조에 장애가 생겼다는 말만으로는 이를 속시원하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근본적인 속성을 따지기에 앞서 국정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의 출범은 우리 헌정사에서 분명 지대한 의미를 지닌다. 산업화의 가치를 중시한 나머지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미명아래 민주화를 유보했던 지난날과 대비, 한 시대를 정리·평가하는 것도 향후 정치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시킨 이래 20년이 흐르면서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인 염원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데도 군사정권 시절의 박정희에 대한 향수를 노골적으로 토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성공한 대통령 뽑기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팀 지도자인 히딩크나 선수에게 열광했던 것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바로 국민과의 신뢰관계 구축에 있었다.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순간에는 아무리 얼어붙었던 마음이라도 활짝 열 수 있게 되는 법이다. 국가권력의 원천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듯이 민주적인 권위 및 리더십 역시 국민의 지지 속에서 확보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중시하는 인물이 바로 차기 대통령감이다.

오늘의 이 비극은 더 이상 지속될 이유가 없다. 여기에서 소박한 교훈을 얻는 지혜가 필요하다. 준비된 대통령은 어디에 있는가. 차기 대권 주자들에 대한 치열한 검증과정이 올 한 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 개인의 국가 경영능력과 관련, 자질·덕목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도 결코 지나친 것만은 아니다. 이제 차기 대통령을 잘 뽑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과연 성공한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런 물음은 차기 대통령의 자질과 연관돼 국민적인 관심사로 삼을 만하다. 역시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대권주자 못지않게 국가의 품격을 염두에 둔 일반국민의 정치적인 안목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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