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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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酒池肉林(8)

"얘야, 녹수야, 그러지 말고 내 사정 좀 보아 다오. 금을 주랴, 은을 주랴, 응? 엄마라고 부르랴. 응?"

왕은 녹수와 단둘이 놀 적에는 어머니에게 매달리는 어린애처럼 자기도 모르게 치기(稚氣)를 부리는 것이 버릇이었다.

"금도 싫고 은도 싫사옵니다. 엄마라고 부르십시오."

"엄마!"

"호호호, 아이 간지러워!"

"이히히히…엄마, 나 젖 좀 먹읍시다."

두 남녀는 서로 간지럼을 먹이듯 이불 속에서 한바탕 수선을 떨며 킥킥거렸다.

왕이 전혀 그답지 않게 그런 우스꽝스런 치화(癡話)와 모자(母子) 놀음에 익숙해진 것은 녹수가 왕이 일찍이 생모를 사모하는 정이 심병(心病)이 된 것을 알고 위무(慰撫)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수법으로 길들인 탓이었다.

보통 후궁 같으면 그런 기상천외한 일을 어찌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인가.

"이애 녹수야, 한성부윤 박숭질의 후처 정씨부인과 남천군 부인 최씨만 감쪽같이 궁중으로 불러 올 수 있다면 너에게 상급(賞給)을 많이 내려주리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첩이 전하를 위하여 뚜쟁이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오나 소문이 무섭사옵니다."

"소문이라니?"

"만일 정씨와 최씨를 궁중으로 유인한 후에 불미스런 소문이 떠돈다면 전하의 체통이 어찌 되겠나이까?"

"내가 대관들의 목에 신언패를 걸고 다니게 하였으니 궁중의 비밀이 밖으로 새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야. 없는 사실을 추측해서 소문을 내는 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있는 사실이라도 전파하는 자는 죽고 살지 못하느니라."

왕은 절대군주에게는 절대복종이 있을 뿐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전하, 신첩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하오리까?"

"뚱딴지같이, 무슨 가설항담(街說巷談)이라도 들려주겠다는 게냐?"

"뚱딴지가 아니라 임금님도 백성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옛날 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옵니다."

"고얀지고! 임금님이 백성들의 웃음거리가 되다니 그런 고약한 역사 이야기가 어디 있단 말이냐?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임금님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기에 백성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말이냐? 옛날 역사책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왕은 그것이 실전(實傳)이라면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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