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기자

최근 대전지역 각 아파트 단지별로 입주민들을 상대로 한 연판장이 수시로 돌려지는가 하면 자체 방송망을 활용해 입주민들의 단결을 호소하는 안내가 수시로 전달되고 있다.

내용인즉 대전시가 7월부터 시내 전역의 좌석·도시형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키로 함에 따라 아파트 단지를 직접 통과하는 버스 노선이 폐지되거나 정거장이 멀어지는 것을 저지하자는 것이다.

대전시의 버스 노선 대수술에는 동감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만큼은 기존노선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이기주의의 발로인 것이다.

이 같은 이기주의는 불편함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을 염려하는 데서 비롯된다.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이후 각 단지별로 아파트 가격을 지켜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신(新)이기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업소와 이웃을 상대로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도록 가격 관리를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하자라도 발생하면 행여 소문이 나서 가격이 떨어질까 입단속을 하느라 부산을 떤다.

녹물을 뿜어내는 수도꼭지를 사용하면서도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입단속을 하는 데 더 열중하는 단지도 있다.몇년 전 '서울은 반상회 한 번 하면 아파트 가격이 1000만원씩 오른다'는 소문을 접할 때만 해도 서울 사람들 얘기로 치부했지만 어느덧 대전도 비슷한 처지가 돼 버렸다.

대전시민 140만명 중 90만명 이상이 주거하고 있는 아파트.

아파트 가격이 도대체 얼마나 더 올라야 만족할는지 이기주의적 아파트 문화를 선도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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