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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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酒池肉林(7)



선정적인 사향 내음과 농익은 여체에서 풍기는 지분향 내음과 간드러진 애교가 상중에 금욕을 하던 왕의 관능을 도발하였다. 왕은 이불 속에 들어가 녹수의 몸을 끼고 누웠다.

"전하, 요즘은 어째서 통히 신첩을 찾지 않으시옵니까?"

"평시에도 가끔 왔지, 언제 밤마다 왔더냐?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통 모르는 모양이구나."

"아옵니다. 허지만 정전(正殿)에서 풍악 소리가 들리기에 궂은 일은 다 지나가고 좋은 세상이 왔나보다 생각했사온데 또 무슨 불길한 일이라도 생겼나이까?"

"며칠 있으면 대행대비께서 장지로 떠나시고, 네가 설원(雪寃)할 일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 겨우 한숨 돌리게 된 것 같구나."

"전하께서 오늘밤 신첩을 찾아 주신 까닭이 용안에 새겨져 있사옵니다."

녹수는 왕의 허여멀끔한 얼굴을 샛별같이 빛나는 눈으로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그야 녹수가 보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쓰여 있겠지."

"그렇지 않사옵니다. 딴마음이시옵니다."

"무슨 딴마음?"

"신첩이 전하의 마음을 알아맞혀 보오리까?"

"어디 한번 맞혀 보렴?"

"호호, 지난 봄 친잠례(親蠶禮)때 보신 외명부(外命婦) 생각이 나신 것이옵니다. 뽕밭에서 보신 외명부와 잠실 안에서 보신 또 하나의 외명부가 불현듯이 보고 싶어지신 것이옵니다."

"허허허. 내가 이래서 세상 사람 모두를 미워해도 녹수 너 하나만은 미워할 수가 없는 모양이야. 요 앙큼한 것! 어떻게 그렇게 내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지…."

왕은 녹수의 볼을 가볍게 꼬집어 비틀며 흡족해 하였다.

녹수가 그 많은 연적들을 누르고 왕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절색이 아니면서도 나이보다 십년 이상 젊은 매력에 천부적인 미성(美聲)과 춤사위로 가무를 아뢰는 기교도 기막히지만 마치 어머니가 본능적으로 어린애의 마음을 읽듯이 왕의 마음을 재빨리 간파할 줄 알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것 보십시오. 신첩이 바로 알아맞혔지요? 호호호."

"어떻게 하면 이목이 번다한 궁중으로 감쪽같이 그 여인들을 불러 볼 수 있겠느냐?"

"유부녀들을, 그것도 재상의 부인과 종실의 부인들을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불러들일 수 있겠사옵니까. 어렵사옵니다."

녹수는 왕이 언제나 그런 일로 도움을 청할 때면 그러듯이 슬구머니 꽁무니를 빼는 시늉으로 왕의 마음을 안달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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