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대전선병원 진료부장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단어는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사랑과 희생, 용서와 인내의 결합체로서의 인격이요, 영원한 향수(鄕愁)요, 보은의 대상이다.

인간은 발생 때부터 막말로 얘기해 어머니의 뱃속에 기생해서 어머니의 토양으로부터 해택을 받으며 산다. 벌거벗고 태어나서 과거를 전혀 기억할 수 없는 4살까지의 삶은 어머니를 통한 사랑의 보살핌 아래 이룩된 사랑과 정성의 공과물이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이룩해 온 것 같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는 시간 속에는 무한한 부모의 사랑이 숨어 있고 그 결과로 내가 있는 것이다.

유아는 생물학적으로 본인이 조금만 불편하면 소리를 낸다든지, 얼굴에 오만상을 짓고 불편을 호소한다. 그러한 불편과 불만을 순간순간 포착하기 위해 아기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다.

또 기억 속에 남겨진 어머님의 사랑 역시 필설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세월이 흐르며 어머니의 사랑이 잊혀지는 것이 인간인가 싶다,

밤낮 없이 귀여운 애완동물에 빠져 있는 처녀라도 애기를 낳고 어머니가 되고 나서부터는 하루아침에 아기 사랑으로 변해 버리는 것도 역시 자식(인간) 사랑이 최고임을 알게 된다.

치매에 가까운 노인들도 병실에서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무표정하게 있다가도 자식이 나타나면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잠시나마 정신을 차리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향한 뼈저린 자식애(子息愛)의 본능의 표현이다.

자식은 부모를 버리기 위해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지만 부모는 나뭇가지를 꺾어 자식이 되돌아갈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다.

그러나 현대는 산업사회의 발달로 인한 핵가족화와 도덕성 파괴에 의한 이기적인 발상에 의해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사랑의 가족 공통체가 파괴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여건과 좀더 안락한 생활과 삶을 즐기기 위해 아기를 낳지 않으려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살려고 한다.

스스로의 마음이 강박해져 인류의 행복의 원천인 어머니로서의 자격을 경솔히 한다.

자식 사랑에 대한 어미의 마음은 동물의 세계에서도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동물 세계에서는 아무리 힘센 왕사자였더라도 늙어 힘이 없어지면 가족 구성원 밖으로 밀려나가 다른 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이 동물 세계의 법칙이다.

인간 역시 늙은 어미를 가볍게 여기고 존중치 않는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는가 자문해 본다. 자기 자식만 사랑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자식도 결국 이기적으로 자라 부모 자신이 동물과 같이 버림받을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이제 어린이날에 무엇으로 자식을 즐겁게 해 줄까 하는 생각보다는 자식의 손을 잡고 외로워하시는 부모님을 찾아 뵙고 70세에도 색동저고리 입고 노모를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춤을 추었던 노인(老萊子)처럼 잠시라도 어린아이로 돌아가 보는 어린이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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