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공주교대 교수·대전시교육위원

최근 유아교육의 개편방향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유아교육 및 보육 업무의 여성부 이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에 대해 학계, 교직단체, 공·사립 유치원 등 유아교육계가 강도 높은 반발을 보이며, 차제에 바람직한 유아교육 개편방향을 제시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나라 취학 전 아동은 약 420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보호와 교육을 담당하는 유아교육의 현실은 제도적 모순과 정부정책 및 재정지원의 열악성으로 29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아교육기관은 유치원, 어린이집, 놀이방, 선교원, 유아학원 등으로 난립해 있고 교사의 양성, 수급, 임용, 승진 제도도 중구난방이다.

유아의 보호와 교육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중복 관리함으로써 예산낭비, 행정상의 마찰, 보육 및 교육 시행상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여건, 학부모의 과중한 교육비 부담, 교육기회의 불평등도 상존하고 있다.

교육부 관할의 유치원은 보호기능을 등한히 하고, 보건복지부 관할의 보육기관은 교육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다. 3∼5세의 유아를 놓고 유치원과 보육기관간의 유치경쟁이 격렬하고, 이 때문에 유아교육기관간, 관련단체간, 학계간 알력과 불화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이 정부의 유아교육에 대한 수수방관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선진국의 유아교육정책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유치원과 보육기관의 기능적 통합,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구성, 유아교육 대상자 연령의 하향화, 행·재정적 지원 강화, 교사교육 강화 등의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우리도 유아교육제도 개혁을 서둘러 현재 유아교육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점들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유아교육법'을 제정해 난립된 유아교육기관들을 통합하고, 0∼2세 영아보육은 보육기관에서, 3∼5세 유아교육은 유아학교에서 담당하고, 관할부처도 교육부로 일원화해야 한다.

영아보육과 유아교육을 공교육화하고, 재정투자를 확대하며, 교육과 보호를 겸하는 통합적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유아교사는 4년제 대학에서 양성하고 수급, 임용, 승진, 처우, 근무여건 등도 초·중등 교원에 준해 현실화해 나가야 한다. 학부모에게는 유아교육기관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유아교육 재정지원 방식도 바우처제도(학부모가 선택한 학교에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육대상 아동이 어릴수록 교사의 영향력이 심대하고, 교육내용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도가 높으며, 모든 교육적 경험에 대해 민감하므로 잘못됐을 경우 그 폐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유아교육 개편방향을 올바로 설정하고 제도의 개혁과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