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길 한국무역협회 대전충남지부장

이라크 전쟁과 북한 핵문제에 이어 최근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내외 무역환경이 악화일로에 있다.

우리 나라가 만성적인 서비스수지의 적자 속에서 올 들어 원유가격 상승과 자본재 수입이 증가하고 반도체 가격의 하락 등으로 무역수지마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상반기 중 경상수지의 적자 탈피도 불가능해 보인다.

1997년의 IMF외환위기는 무역적자가 지속됨으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바닥나 야기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약 1300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악화되는 무역환경을 탓하며 가만 있을 수는 없다.이럴 때일수록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정부 차원의 체계적 계획을 세워 기업과 국민이 실천해야 한다. 우리 나라는 에너지원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므로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수입의 21%에 해당하는 323억달러를 수입했다. 에너지 10% 절약은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 104억달러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고 이는 자동차 수출 30만대의 수출효과와 같다.

둘째, 저부가가치 범용제품 중심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부품 소재산업 육성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제품 생산원가에서 부품과 소재의 비중이 최종 재화의 가격과 품질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므로 각 기업은 소수의 특화된 전문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하고 이를 통한 파급효과를 노려야 한다. 부품 소재산업의 미발달로 우리 나라의 경우 공작기계는 50%, 휴대폰은 55%, 산업용로봇은 80%가 수입 부품이다.

셋째, 일본과의 무역수지적자 해결을 위한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지난해 대일 무역수지 적자가 147억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104억달러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이다. 올해 들어서도 일본으로의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상위품목인 부품소재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노력으로 기술국산화 비율을 높여야 한다. 또한 유통분야 투자진출을 통한 현지시장 공략과 함께 일본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첨단분야에 대한 진출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세계의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 강대국 위주의 해외시장 공략에서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등 제3세계권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과거 건설 분야에만 국한됐던 중동 특수가 앞으로는 건설, 중공업, IT, 가전 등 전 부문에 걸친 특수가 기대된다. 정보기술산업을 바탕으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서남아시아에 대한 수출은 통신기기, 직물, 자동차부품, 반도체 부품, 금속 등으로 수출품목을 다양화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외자유치로 경제발전 기반을 촉진해야 한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많이 부족하다. 다국적 기업의 해외진출이 개발도상국의 수출 증가로 이어져 해외시장에서 우리 나라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다국적 기업의 유치를 위한 투자분위기 조성과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경제특구, 자유무역지역, 외국인투자지역 등의 조성과 활용을 통해 외국인 투자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외국인의 경영여건뿐 아니라 생활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 투자확대와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 유치는 동북아 중심국가로 부상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끝으로 수출총력지원체제를 갖춰야 한다. 수출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지원기관은 금융, 환율, 마케팅, 인력난 해소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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