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베이징 회담에서 제안했다는 '새롭고 대담한 방도'(a new bold proposal)의 윤곽이 부분적으로 알려지면서, 그 대응책 마련에 한·미·일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도 이례적으로 유럽국가들을 상대로 회담의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총련계 언론도 북한의 제안을 북미 대결을 종식시킬 수 있는 총결산으로 보도했고, 미국도 베이징 회담이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대담한 방식'이란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포기와 미사일 생산 및 수출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표명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제안의 배경과 의도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협상테이블에 올려 놓은 것은,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전제로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와 미국은 시간을 두고 분석하겠다고 밝혔을 뿐, 북한이 요구하는 대가가 무엇인지 입을 닫고 있다. 우리의 판단으론 체제 보장과 관계 정상화, 식량 및 에너지 등을 포함하는 경제지원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하여튼 협상 전제조건의 선후를 따지지 말고 포괄적으로 쌍방이 동시에 주고받자는 식으로, 북한은 협상카드를 분명하게 내보인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핵 보유를 공개한 것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을 것을 미리 알려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담한 방도'에 불가침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면 핵과 미사일 협상 대화방식에는 구애받지 않겠다는 것도 포함된 것 같다. 다자회담을 수용한 것이 북한으로서는 북핵 해결방식의 발상을 바꾼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개괄적으로 따져 보면, 북한의 제안은 북한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청산하자는 기존 전략구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정부는 "처음부터 시작돼선 안 되는 일이었던 핵무기 프로그램의 제거를 위해 보상하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핵 포기와 각종 대북지원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상당한 대가'를 전제로 핵 폐기와 사찰까지 수용하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북한은 자신들의 제안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을 때에는 다른 방법을 통해 '핵 능력'을 보여 주고, 미사일도 수출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대가에 따라 협상의 진전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협상이 '주고받기식'으로 변하고 있어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은 자신들이 받을 것만 생각하고 값만 높이 올린 것은 아닌지 그 여부가 먼저 가려져야 한다. 우리는 협상재개 이전에 '상당한 대가'가 무엇인지 먼저 밝혀주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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