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자기 홍보(PR)의 시대다. 국가는 물론 기업, 조직, 심지어 개인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이미지를 구축하지 않고는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다. 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이미지 개선 작업에 나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체성(Identity)이 있어야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독창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대 이재철 교수가 전국 86개 기초자치단체들을 대상으로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몇몇 시·군을 제외한 대부분 자치단체들의 이미지가 두루뭉술해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지적됐다. 물론 이 교수의 연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자치단체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충남도 내 시·군들만 하더라도 몇몇 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막연하거나 추상적인 이미지를 설정, 시대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름다운 고장', '천혜의 관광지' 등의 포괄적이거나 추상적인 문구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더욱이 이웃한 자치단체가 비슷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대목에서는 혼란까지 가져다 주고 있다. 공주시가 내세운 '백제의 고도'와 부여군의 '찬란한 백제문화의 고장'이 바로 그 예다.

이미지는 제품의 판매량을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기업들이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까지 이미지 작업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방화 시대에는 자치단체도 하나의 상품이다. 얼마나 잘 가꾸고 표현하느냐의 여하에 따라 상품가치가 달라진다. 반딧불이라는 단순한 곤충 하나를 이미지로 설정한 무주군이 연간 3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도내 자치단체들이 차별화된 자연환경과 조건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해 지역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관광객이나 투자자들의 경우 지역을 방문하기에 앞서 그 지역의 이미지를 한번쯤 연상하게 된다. 비단 이런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실정에 부합되는 독특하고도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이야말로 지방화시대에 지역을 알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임에 틀림없다.

한번 정한 이미지는 바꾸기 어렵다는 고착성이 있으나 지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하다면 굳이 이를 고집할 이유도 없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단시간 내에도 새로운 이미지 구축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의 정체성 확립은 차별화된 이미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고리타분하고 경쟁력 없는 이미지는 개선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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