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티즌이 K리그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전 시티즌은 그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3-2로 승리, 4승1무1패의 전적으로 단독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창단 이래 지난해까지 만년 꼴찌팀이라는 불명예를 달고 다녔던 대전 시티즌은 최근 홈 경기에서 3연승을 거두는 등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계속하면서 그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대전 시티즌이 K리그 돌풍의 주역으로 등장하자 각팀 감독들이 긴장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30일 경기를 앞둔 안양구단은 비디오 촬영팀까지 동원하면서 시티즌 선수들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체크했다. 대전 시티즌은 조직력이 몰라보게 달라졌고, 갈수록 전력이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 시티즌의 분전에 우선 갈채를 보내고자 한다.

대전 시티즌의 선전분투는 존폐의 위기를 헤치고 얻어낸 결과여서 더더욱 값지다. 대전 시티즌은 실질적 구단주인 계룡건설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손을 떼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 97년 11월 대전 시티즌의 공식 서포터스로 출범한 퍼플크루와 축구 동호인들로 구성된 '대전 시티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된 시티즌 살리기 서명운동과 모금운동 등이 기폭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정규리그에서 팀의 성적이 저조했어도 이들을 중심으로 한 시민의 애정은 각별한 데가 있었다. 대전 시티즌이 해체의 기로에서 활로를 찾게 된 것은 시민협의체인 '대전 시티즌 발전 시민협의회'가 발족되면서부터다. 대전 시티즌이 올 시즌 들어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선수와 임원들이 새로운 각오로 전의를 다진 결과다.

대전 시티즌의 계속된 승전보는 이 구단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부분이다. '대전 시티즌 발전협'의 진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뿐 아니라 대전 시민의 축구사랑 열기를 고조시키는 계기로도 바람직하다.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1만7000여명에 달하는 홈 팬들이 몰리게 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는 대전 시티즌이 시민의 여가선용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 애향심을 고양시키는 계기로도 활용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애향심은 구호만으로 이뤄지길 기대하기보다 다양한 수단이 제공돼야만 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대전의 경우 시티즌을 구심점으로 축구사랑의 열기를 대전사랑으로 연결,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계기로 삼아 봤으면 한다. 뜨내기들이 많이 사는 대전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구심점이 없지 않았던가. 그런 점에서 대전 시티즌의 돌풍은 보람지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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