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인간 세상처럼 국가간에도 서로 상충된 의견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협상은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인 선택을 해 나가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특히 국가간의 협상력은 한 국가의 장래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요즘 북핵 문제를 보더라도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인 논란으로 6개월째 시끄럽다. 이라크 전쟁의 미국 승리로 다음 타깃은 이미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된 북한이 될 것이라는 구도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 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게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햇볕정책'을 이어받아 '평화번영' 정책을 표방해 온 현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북한의 일거수 일투족은 우리로서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포함돼 긴장감을 안겨 주고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 이른바 게임이론(Game Theory)을 적용해 보면, 북한의 입장에선 핵무기 개발이 가장 합리적인 전략적 카드였음이 드러난다. 결국 우리가 이러한 사안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북한은 남한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해 왔다. 6·25전쟁 당시엔 남북한 어느 한쪽의 이득이 반드시 상대의 손실로 이어졌다. 말하자면 게임이론상 두 사람의 손익을 합해 보면 제로 상태인 '2인 영합경기(Two-person Zero-sum game)'에 해당했다. 하지만 휴전 후의 한반도 상황은 남북한이 서로 경쟁하지만, 남북한 공동의 이익이 발생한다. 남북한 모두의 손익을 합해 볼 때 공동의 이익이 있기 때문에 제로 상태가 아니다. 그래서 이것을 '2인 비영합경기(Two-person Non-zero-sum Game)'로 부른다.

비영합경기에서는 햇볕정책이나 평화,번영의 정책처럼 '협력적 해결' 방식으로 풀어 갈 수도 있고, 남북한이 긴장관계 속에서 군비증강을 꾀하던 종전의 '비협력적 해결' 방식을 통해 게임을 할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남북한의 협력적 해결 방식은 항상 남북이 협력함으로써 발생할 성과를 나누어 가지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협상과정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이중성 앞에서는 한국이 밀리게 돼 있다. 북한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온 전쟁위협에 남한이 밀리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이 '민족 공조'라는 명분에는 앞서지만, 그것은 동시에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대북한 전략을 손쉽게 선택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불바다' 발언, 핵무기 보유설, 등 전쟁위협을 앞세워 많은 성과를 얻어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세판단 능력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에게도 할 말은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아무리 최악의 상황이라 해도 전쟁의 상황은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한국이 북미간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 왔지만, 북한은 한국을 외면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겐 인도적인 차원에서 쌀과 비료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게다가 북·미·중 회담을 앞두고 8000여개의 핵연료봉을 재처리 중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벼랑 끝 전술에 익숙한 북한의 행태를 또다시 보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방안으로 대화가 최선책인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선 강온전략을 병행하는 것도 차선책일 수가 있다. 지난 7일 예정된 장관급 회담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후 다시 평양에서 장관급 회담을 재개하자고 제의해 온 만큼 쌀 지원 문제도 연계 처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그나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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